“새포항물회식당이 이렇게 오랫동안 잘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집을 찾아준 시민들과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준 종업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포항 북부시장의 터줏대감인 ‘새포항물회식당’. 이 물회식당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김태순(60‧여) 대표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양화점의 문을 닫고 난 뒤 바닷가에 위치한 친척의 횟집에서 일을 도와주며 물회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이를 계기로 포항 북부시장 입구에 ‘새포항물회식당’을 열었다.지금과 달리 테이블 6개가 전부일 정도로 비좁은 이 가게에서 선보인 메뉴는 단 하나, 직접 영양고추를 구해와 손수 담근 고추장을 이용한 ‘물회’였다.처음엔 손님이 많지 않아 힘들었으나 가끔 손님들의 ‘기분 좋게 먹고 간다’는 말 한마디가 어려웠던 시절 가장 큰 힘이 됐다는 것.그 한마디를 버팀목 삼아 부지런히 가게를 꾸려나가자, 점차 새포항물회식당만의 물회의 매력에 빠진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토종 고춧가루에다 매실, 엿기름, 찹쌀 등을 섞어 3년 간 숙성시킨 고추장과 살아있는 생선을 바로 잡아 싱싱함을 살린 회.여기에 생수를 부어가며 비벼먹는 맛은 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담백하고 깔끔한 뒷맛을 뽐냈고, 김 대표의 미소에 정감이 나는 입담까지 더해지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았다.특히 외지 관광객들을 태운 택시기사들이 새포항물회식당을 포항의 맛집으로 추천, 입소문이 나면서 새포항물회식당은 자타공인 포항의 ‘특산 명물’이자 ‘전통물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지난 2007년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방문하는 등 포항 맛집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초심을 간직한 채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손님이 사장님인지 종업원인지 구분을 못 할 때도 있다고도 한다.김 대표는 “예전과 달리 물회 전문점이 많아졌는데도 꾸준히 이곳을 찾는 손님들 있어 감사한 마음에 더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며 “함께 일하는 종업원들에게도 항상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또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받은 만큼 베풀자’는 생각으로 인근 학교에 장학금도 가끔 내고, 사회봉사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김 대표는 “건강이 예전만 못하지만 든든한 아들까지 함께 하고 있으니 새포항물회식당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몸이 따라줄 때까진 일 할 생각”이라며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간직해 은퇴한 뒤엔 봉사활동 하면서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30년 전, 김 대표가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만 해도 물회 가게는 새포항물회식당까지 5곳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혼자만이 남아있다.이젠 물회 식당도 많아져서 다양한 종류의 조리법, 재료 등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오로지 수제 고추장을 이용한 전통물회 하나로 굳건히 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이와 더불어 김 대표 같은 ‘물회 명인’ 덕분에 포항 물회는 여름철 대표 음식에서 사계절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포항시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새포항물회식당이 그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 더 오랫동안, 더 많은 사랑을 받길 기대해본다.[경상매일신문=김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