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우리민족의 신목(神木)입니다. 민화 십장생도에도 소나무가 중요한 자리에 위치합니다. 장수와 영원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소나무는 또한 절개와 지조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국보 제 180호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도 잘 표현하고 있지만, <논어>에서는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라고 했습니다. ‘추운 겨울이 닥쳐 온 뒤에야 비로소 송백이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는 뜻입니다. 좋은 시절에는 그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참된 사람의 진가가 나타난다는 것을 소나무에 비유한 말입니다. 충(忠)과 효(孝)의 고장이 바로 경상북도입니다. 예로부터 “조선의 인물 반이 영남에서 난다”라는 말도 있지만,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동안 가장 많은 독립투사를 배출한 곳이 바로 경상북도입니다. 소나무가 상징하는 지사(志士) 정신을 가장 잘 표출한 곳이 바로 경상북도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소나무의 정신을 이어받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소나무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 바로 경상북도 울진, 영덕, 봉화 등입니다. 조선초기에는 궁궐 등을 짓는 데 필요한 큰 나무를 공급한 곳은 충청도나 전라도 해안 지방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조선후기에 접어들수록 강원도와 경북 내륙 지방 및 해안 지방의 소나무가 점점 중요시되었고, 18세기 이후에는 대경목의 중요 공급처가 바로 울진, 삼척 등지였습니다. 다른 지방은 소나무 삼림이 급속도로 황폐해져갔지만 울진 등지의 소나무 숲은 상대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인해 오늘날 울진의 금강소나무는 한국을 대표하는 강송으로 그 명성을 전국적으로 드높이고 있습니다.과거에 소나무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실용적인 면에서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집이나 궁궐을 짓는 건축재, 배를 짓는 조선재, 가구재 등으로 활용했고, 사람들이 죽으면 들어가는 관도 대부분 소나무를 사용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보릿고개 때는 소나무껍질을 벗겨 송기떡을 해먹으면서 굶주림에서 벗어나기도 했고, 관솔불을 주요한 조명으로 사용했고, 도자기나 소금을 굽고 추위를 막아주는 땔감으로도 소나무를 사용했습니다. 그야말로 소나무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최근, 잘 보존된 소나무 숲은 실용적 자원보다는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잘 가꾼 아름드리 소나무 숲은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소나무 숲에서 경치를 보고 산책을 하면서 삼림욕을 즐깁니다. 전국의 많은 소나무 숲 중에서도 울진의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이 단연 으뜸입니다.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은 우리나라 소나무 숲의 대명사가 된 것입니다. 시인 안도현은 이러한 금강소나무를 두고 ‘만백성의 삶의 향기’라 노래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경상북도와 울진군은 소나무 숲 힐링(healing)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는 울진군민과 경북도민의 자긍심은 물론 행복지수도 끌어올릴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부수적으로 이 숲에서 나는 송이버섯은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울진의 자랑이자 경북의 자랑인 금강소나무를 더 잘 알리고, 본격적으로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초석으로 소나무에 대한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소나무인문사전>을 기획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전은 세계 최초로 한 식물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를 집대성한 책입니다. 이 사전은 울진군민과 경북도민의 자긍심이 아닐 수 없으며 우리 울진군과 경북의 소나무에 관한 더 큰일을 펼쳐나가기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 사전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감탄할 그런 책이 될 것입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