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원자재 가격과 유가가 하락하는 등 생산자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잇따라 올려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또 이같은 기이한 가격인상 뒷면에는 정부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발생을 막기 위해 과거와 달리 가격 인상을 묵인하는 직무유기 현상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풀무원이 새해 벽두부터 두부 가격을 인상했는데 원재료 가격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풀무원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임금 인상 등 생산비 상승을 이유로 36가지 두부 제품 가격을 평균 5.3% 올렸다. 그러나 2015년 콩(국산 백태 상등품 기준)의 연평균 도매가는 1㎏당 3985원으로 직전 가격 인상 시점인 2013년(6030원)보다 되레 33.9% 하락했다. 또 풀무원의 2015년(3분기까지) 매출총이익(매출에서 제조원가를 뺀 금액)은 2626억원으로 전년 동기(2420억)보다 8.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억5천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8.9% 감소했다. 또한 이보다 앞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은 저도주 경향으로 소주 원료인 주정 사용량이 줄었는데도 소주 가격을 5% 넘게 인상했다. 또 케이티앤지(KT&G)는 시중에서 파는 담배보다 2배 이상 이익이 높은 면세 담배 가격을 20% 이상 올렸다.반면 지난 1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2010년 3월 이후 5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하락을 상품 가격에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편에 서서 기업을 비판 하기는 아주 쉽고 지지도 많이 받겠지만 모든 기업들이 생존을 위협 받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세밀한 검토 없이 함부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는 기업들의 반론도 나온다.그러나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고 매출총이익은 증가했는데도 판매관리비가 늘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빌미는 결국 경영을 잘못한 탓을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또 유통업계가 일정 유통마진율을 유지함으로써 가격 상승과 함께 유통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 자연스레 늘어난 점도 소비자 부담이 커진 이유다. 원재료 가격이 약간 오르는 것은 물론 오히려 내릴 때조차 업체들은 가격을 올린다. 원재료 가격이 인상됐을 때는 부리나케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지만, 그 반대일 경우 잘 내리지 않는 기업의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잦은 가격인상과 마진 확대를 자제하고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과 저물가 기조에 상응하는 가격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제품가격이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가 아니고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 그만큼 서민 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등골이휜다는 어휘를 이럴때 쓰는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호갱(호구+고객)인가? 정부는 뭐하는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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