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바야흐로 ‘막드(막장드라마)’의 시대다. 미드(미국 드라마의 준말)도, 일드도, 중드도 저리가라할 폭발적 인기다.  오후 7시 무렵만 접어들면 전국 대부분의 주부들이 TV 앞에 집합해 그 막장스러움에 열중한다. 입으로는 악역배우와 작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시선은 늘상 고정된다. 때문에 막드의 시청률은 늘 10%대를 유지한다. 심지어는 50%에 육박할 때도 있다.  물론 미국 등 외국의 드라마들에도 막장스러운 요소는 있다. 다만 그래도 줄거리와 기승전결은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산 막드는 이 같은 최소한의 작품성도 지구 밖으로 날려 보냈다는 평이 대다수다.   최소한의 작품성도 갖추지 못한 채 황당무계한 막장적 요소만 철철 흘러넘치는 한국 막드, 이제는 한국이 자타공인 막장드라마 계의 1위 선진국 지위에 오른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드는 현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막드가 쏟아져나와 안방을 잠식하는 이유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시청자들을 비난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딱히 그 시간대에 볼만한 다른 대체 드라마가 없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결국 막드 제작 → 시청자 반응 좋음 → 너도나도 막드 제작 → 시청률 고공상승 → 한 층 막장스러운 요소 추가 → 시청률 더 상승 → 막장스러운 요소 마구 추가 → 시청률 마구 상승이라는 괴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작품성 없이 자극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막드와 이에 열광하는 현상은 나아가 사회적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뭔가 국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우리의 안방극장에서 시트콤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코미디프로그램에 웃는 시청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신 비현실적인 상황과 억지 설정, 과장된 스토리를 펼쳐내는 ‘막장’ 드라마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 등 ‘막장’의 설정은 그야말로 ‘범람’의 수준에 다다랐다.   현재 방송 중인 대표적인 ‘막장’ 드라마로는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과 SBS 아침드라마 ‘내 사위의 여자’가 꼽힌다. 또 MBC ‘내일도 승리’와 KBS ‘TV소설 별이되어 빛나리’의 혼외정사와 갈등조장 역시 만만치가 않다.  소위 엄마들이 보는 드라마에 대해 갖게 되는 궁금증은 대개 하나로 모인다. 저 뻔한 걸 대체 왜 보는 걸까. 공교롭게도 요즘 방영되는 아침드라마들이 그동안의 문법들을 골고루 나눠가지고 있다.   ‘시청자들이 뽑은 막장드라마 순위’는 5위에 ‘신기생뎐’, 4위는 ‘왔다 장보리’, 3위는 ‘내 딸 금사월’, 2위는 ‘아내의 유혹’이 차지했다.   특히 과거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 화제를 모으며 중국에 까지 수출된 SBS ‘아내의 유혹’이 2위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 공개된 1위에 빛나는 ‘막장 드라마’는 MBC의 ‘오로라 공주’였다.  최고의 드라마 작가로 꼽히는 김수현(73)씨가 TV 막장 드라마에 대해 일침을 놨다. “막장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면 시청자도 망가진다. 현실이 어떻든 드라마가 매일 그런식으로 이야기를 그리면 온 사회가 막장인 것처럼 느껴진다. 드라마가 좀 더 순화돼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씨는 “내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내가 막장을 쓸 수는 없지 않나. 난 정말 상스러운 게 싫다. 현실이 어떻든 인간의 모습이 상스러운 것을 TV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MBC가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극본 임성한 연출 배한천 최준배)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방통위의 제재는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압구정 백야’는 지난해 5월까지 MBC를 통해 방송된 일일드라마다. 임성한 작가가 집필을 맡은 이 작품은 어린 시절 버림받은 딸이 어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어머니의 의붓아들과 결혼한다는 내용을 그렸다. 비윤리적이고 극단적인 전개에 방통위는 ‘드라마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명령한 바 있다.  막장드라마라는 장르가 없다. 다만 꼭 포함되는 것은 패륜, 극적인 전개, 빠른 사이클로 계속 자극을 주는 것이다.  쟁점은 이 막장드라마의 제재를 법으로 판단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해당 판결을 보면 ‘막장드라마가 이제 안 나오는 건가? 좋은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한 번 판단이 나오면 앞으로 다른 어떤 종류의 상황에서건 판례로 사용 될 수 있다.   앞으로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어떤 장면이나 대사에서 시청자가 통쾌해하는 데도 법이 막장드라마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막장드라마가 범람하는 건 문제다. 그런데 그 판단은 시청자가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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