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울 때마다 비둘기가 생겨난다비둘기는 아주 오래된 동네텅 빈 동네학교를 빠져나와 공중화장실에서 긴 복대를 풀어놓고 숨죽인 채 쌍둥이 사내를 낳고 있는 여고생 빈 유모차를 밀며 공중화장실 옆을 지나는 할머니 머리 위 비둘기는 비둘기를 참을 수 없다달려오는 요의(尿意)처럼 누군가는 비둘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비둘기가 비둘기에게 물을 붓는다비둘기는 꺼질 리가 없다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비둘기가 연신 비둘기를 뱉어낸다시 읽기-고영민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의 표제이기도 한 ‘구구’는 비둘기의 울음을 일컫는다. 짝을 부르고, 먹이를 부르는 비둘기의 언어 ‘구구’소리는 왜 웃음이나 노래로 들리지 않고 울음으로 들릴까? 비둘기가 울 때마다 비둘기가 생겨난다. 아주 오래되고 텅 빈 동네에도 비둘기가 있고, 통증의 순간들은 모두 울음과 함께 있다. 숨어서 아이를 낳는 여고생과 빈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사이에 잉태와 태어남의 통증과, 쓸쓸하고 덧없음을 아는 늙음의 통증이 있다. 모든 통증에는 울음이 있고, 모든 울음은 생성과 통증을 동시에 수행한다. 울음 속에 온갖 희.노.애.락이 들어있다. 다만 늙어간다는 쓸쓸함은 비루함과는 다르다. 비루함에는 울음조차 느낄 수 없는 그저 목숨이 있을 뿐, 울음이 있는 곳에 삶이 있고, 삶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울음이 있는 것이다.삶과 죽음, 생하고 멸하는 것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비둘기의 ‘구구’ 소리는 웃음도 울음도 아닌 다만 그저 ‘구구’일 뿐이다. 하지만 비둘기가 울 때마다 비둘기가 생겨난다. 울음인 줄도 모르는 울음에서 자꾸만 울음이 생겨난다. 생성과 쇠퇴의 통증을 동시에 수행하는 울음, 아! 구구...구구구구...삶이 진행되는 동안은 온전히 가질 수도 없고, 결코 버릴 수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