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사드 압박 카드’가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 움직였다. 미국과 중국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초고강도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 또한 그동안 ‘몽니’를 부리며 시간을 끌어오던 러시아가 1일 미중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안 채택이 급물살을 타면서 만장일치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카드’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과 대북제재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을 사실상 움직였다. ‘사드카드’가 중국에 대한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돼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중국과의 대북제재 논의를 마친 뒤 나온 발언임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안보리의 대북제재보다 후순위에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사드카드’ 외에도 중국을 움직이게 한 원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남다른 결기에 따른 한국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또 3년 동안 한중 정상레벨에서 쌓아온 신뢰와 한국이 중국에게 가지고 있는 전략적 가치 등을 중국이 중시했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타난 것이다.중국 공략과는 다른 또 하나의 난제가 있었다. 러시아가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대책 마련에 대한 고심이 깊어진 것이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 중 러시아가 유일하게 “시간을 더 달라”며 대북제재 결의안의 신속 처리에 ‘몽니’를 부렸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소 갈등 관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북한의 비핵화 문제 자체도 일정 부분 자기들의 존재감과 기능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미중간 합의가 전체의 합의인 것처럼 국제적인 여론이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그러나 사드의 핵심장비 엑스밴드(X-Band)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종말단계모드(TM) 600㎞ 내외, 전진배치용모드(FBM) 2000㎞ 전후로 러시아 역시 탐지 반경 내에 들어간다.또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가 사실상 중국보다는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 한반도 사드는 미사일 항로상 중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는 러시아 ICBM 요격에 더 적합하다는 견해 등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드배치와 관련, 미국과 함께 "사드와 대북제재는 별개"라며 서둘렀던 우리 정부의 입장이 애매해져 철저히 소외된 모양새다. 군 당국은 최근까지 미군의 자료를 바탕으로 “사드 레이더가 인체에 무해하다”며 한민구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사드 한반도 배치를 서두르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이 대북제재안을 두고 `사드카드‘를 활용해 중국과 `외교협상`을 벌이는 동안 우리 정부는 설익은 사드를 붙잡고 있었던 꼴이다.이는 결국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해가면서 사드배치를 공론화했지만, 정작 동북아 패권의 양대주자인 미중 간 외교를 우리 정부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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