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묻은 손, 말끔히 씻고선또 세상을 만진다.자신이 온통 세상으로 되어있는 것 같아서 손을 씻을 의미, 그만, 상실하고 말아 턱에까지 이불을 당겨 덮고 잠누에처럼 푹 잠이나 자자고 눈을 감건만, 씻지 못한 손이 못내 꿉꿉하고 먼 환청은 꿈길까지 따라오니벌떡 일어나 두 손을 모은다.시의 산책로-기독교에선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곧 마귀(악령)와 싸우는 것’이라 말한다. 인간의 하루하루는 이른바 ‘영적(靈的) 전쟁’이다. 마귀는 당연히 인간의 성결한 삶을 방해하는 반신적(反神的) 존재이다. 비단 기독교의 입장에서만 이렇게 인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세상에 죄악이 난무한데 연약한 인간의 존재로서 죄를 다 물리쳐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사회는 미디어가 발달하고 자본의 논리로 등장한 많은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매순간 인간을 유혹한다. 가히 죄 짓지 아니하고 살아갈 방도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입장을 절대자가 모를 리도 없고, 또한 절대자의 자비심에 마냥 기대어 악행을 저질러도 안 될 일이다. 이 시는 ‘세상(죄)이 묻은 손’이 마음에 걸려 자다가도 일어나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화자(話者)의 일상에 밴 구도자적 자세가 단연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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