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폭력조직의 행동대원으로 활동했던 40대가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한다.안동지역 토착 폭력조직인 `대명회`의 행동대원이었던 서원호(49) 씨의 이야기다.서 씨는 오는 3월 대한문인협회가 발간하는 계간지 `대한문학세계`의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한다. 시인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철없던 시절, 영웅심에 사로잡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폭력조직에 가입했던 그는 학창시절 각종 백일장에서 입상하는 등 남다른 필력을 갖고 있었다.그를 문학의 세계로 이끈 사람은 지난해 등단한 형사반장 출신의 권태인 시인이다.두 사람은 20년 전 강력반 형사반장과 지명수배된 폭력조직원으로 처음 만났다.조폭 사건으로 서 씨를 두번이나 구속시킨 권 반장은 그와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형사와 범죄자의 신분을 넘어 형과 아우 사이로 발전했다.그러던 2008년 다른 범죄에 연루된 서 씨는 징역 6년형을 선고받은 후 2014년까지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했다.서 씨는 "이 기간이 내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이렇게 살아서는 후회로 삶을 마감할 것 같다. 출소하면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그는 시간 날 때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닥치는대로 읽었다.서 씨는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책을 읽었다. 평생 읽을 책보다 더 많이 읽은 것 같다"며 "세월이 흘러 출소를 하니까 49살이 됐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맨손으로 다시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암담했다"고 회상했다.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는 그는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비롯해 가스안전관리, 소방안전, 굴삭기 등 9개의 자격증을 따냈고, 인테리어 건축사무실을 창업했다.어느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한 심경을 담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이 권태인 시인의 눈에 띄었다.권 반장은 방법을 몰라 글 쓰는 일을 남의 일로 여기고 있었던 서 씨에게 `시를 써 보라`고 권했다.길을 몰라 포기했던 일인데, 갑작스러운 제안에 서 씨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그때부터 권 반장에게 시를 배워가며 문학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3일 동안 굶어가면서 시를 쓰기도 했다.글이 자리 잡기 시작한 어느 날, 권 반장이 `시인으로 등단을 시도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서씨는 "그냥 글이 좋아서 쓰는 것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작품성이 높다는 권 반장의 권유를 받아들여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고민 끝에 그는 시 5편을 골라 대한문인협회의 계간지 대한문학세계에 응모했는데,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서 씨는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은 날 혼자 많이 울었다"며 "평생 꿈으로만 끝날 일이 현실이 되고 보니까 꿈만 같았다"고 했다.그는 "앞으로 좋은 글을 쓰며, 공인으로서 다시는 범죄의 늪으로 빠지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권 반장에게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