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은 유리상자 10주년을 맞아 특별전으로 기획, 이지현 작가의 설치작품 `dreaming book-바다展`를 연다. 설치작은 19일부터 오는 4월 17일까지 59일간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인다. 특히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돼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 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 `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지현 작가는 수천페이지에 이르는 책의 낱장 표면을 일일이 잘게 뜯어내어 해체하고 뜯어낸 책 조각들을 다시 조심스럽게 붙여 원래의 형태와 전혀 다른 조형설치 상태로 구축했다.이는 신문지를 가늘게 찢어서 캔버스 화면에 붙이는 작가의 1990년대 실내풍경 회화를 실제 전시공간에 입체적 회화로 현실화하는 또 다른 가능성의 실천이다. 5m 높이의 전시장 천정에 매달려 우리와 마주하는 길이300×폭85×높이60㎝ 정도의 길쭉한 형태의 종이 재질 덩어리와 그보다 낮은 위치에 매달려 엉긴 2개의 덩어리, 그리고 36㎡ 면적의 바닥에 한쪽 길이방향으로 운동력 있게 펼쳐진 종이이음들은 뭔가 결전을 치루는 해체적 행위 이후의 상태로 보여진다.최근 제주 바다 인근에서 작업을 해온 작가는 이 설치작업에 앞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다.작가는 인문학 책을 뜯어 바다와 배, 물고기, 섬, 파도의 이미지를 유리상자 공간에 연출했다.지금까지의 인문 역사를 해체하고 떠나는, 하지만 그 역사를 이어가게 될 새로운 사건의 시간과 공간을 찾아 노를 저어가는 용기 있는 젊은이의 바다 여정과 우리의 상상 사이에 관계하는 새로운 소통을 꿈꾸고 있다.우리가 올려다보고 있는 길쭉한 덩어리는 해체된 인문학 책의 낱장으로 공작한 작가의 ‘배’이며 바닥에 놓인 책 낱장의 이음은 ‘바다’이다. [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