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1월 16일 인기리에 마무리되었다. ‘응팔’ 등 일련의 복고풍 시리즈는 이른 바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와는 대조적으로 각박한 현실세태를 잘 반영한다. 과연 그 시절이 정말로 고도성장의 시기이지만 물질적 정신적으로 그리 행복하였는지는 의문이다. 이웃사촌 소시민 등을 버무려내어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현대에도 해소되지 않는 각박한 세태의 갈증을 잘 반영한 것이다. 1980년대 고도성장기를 넘어 IMF 경제 위기 이후 빈부 격차는 양적인 임계치를 넘어 질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경제력만이 나를 구해준다는 물신 풍조 나만이 잘 살면 된다는 경제적 개인주의가 팽배하니 배려하는 여유가 없어졌다. 수능점수별 소득분포를 보면 소수의 고득점자 즉 소위 명문대를 졸업한 소수가 상당부분 부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승자독식). 이에 따라 너나할 것 없이 소득수준에 맞지 않게 필사적으로 사교육비를 지불하게 된다. 그러나 외국 어학연수 로스쿨 등 천문학적인 비용은 기회의 불평등을 구조화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빈발하는 테러리즘은 희망을 갖기 힘든 나라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다. 심지어 프랑스에서조차 청년 실업률이 25%대로서 테러(IS)보다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노총의 서울 총파업은 여론의 역풍을 맞아 큰 불상사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일부 과격한 행위에 대한 비난만으로는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철가방 등 오토바이 배달 청년들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는 생존권 이외에 인정투쟁일 수 있다. 청년들은 답답한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일 수도 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고 불만을 풀려는 기회로 삼는 사람이 많이 모여든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이다.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면 사람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삶의 현장은 사실 진보나 보수 등 이념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금력 권력 등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로 은밀히 편이 갈린다. 화이트칼라 범죄 기득권층 사법 처리에 전관 등을 써서 선처를 받는다는 것은 후진사회의 징표이다. 기득권층이 존경받고 소양 있는 보수가 되어야 소외된 계층 다수 서민들과 화합하여 선진국가로 만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저격수 폭로자 등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나가려는 반대파들이 정당성을 얻게 된다. 한편 한국사회의 저항정신은 가히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조선 후기 지배층의 수탈과 일제 식민지 군부 독재를 거치면서 권력과 기득권층에 저항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잠재의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된 이후에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경제 위기 이후 빈부격차와 청년 실업 등 삶의 질 저하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저항정신 그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향성은 따져봐야 한다. 2007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에는 ‘준법 법질서’가 사라졌다. 그 대신 ‘사회계층과 불평등’이라는 대단원이 등장하고 ‘시민불복종’이라는 표현이 사회과목에 등장한다. 시대적으로 그런 문제에 관심을 둘 시기이다. 그러나 불평등 문제는 경제사회제도와 복지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법치주의는 가리고 시민불복종 법률 경시로 교묘히 연결하는 것은 비약이다. 그러니 법치주의를 기득권 수호의 파수군 정도로 생각하고 쉽게 무너뜨리려는 부작용이 생겨나는 것이다.OECD 국가중 법질서 지수가 하위권이고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말하는 저신뢰사회도 준법의식의 실종과 연계된다. 법치주의는 헌법정신을 넘어 헌법 존립 그 자체의 기초이다. 중국에서도 문화대혁명 당시 ‘조반유리(造反有理)’ 즉 반대하는 것은 이치가 있다고 하여 기존 질서를 근원부터 파괴하였다. 그 결과 중국의 찬란한 전통과 문화를 망가뜨리고 발전을 수십년 후퇴시키는 파멸을 가져왔다. 모든 것들이 정치의 장에서 수렴되지 못하기 때문에 대통령마저 대국민담화와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동참하였다. 대통령마저 광장에 나선 것은 대의 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그리고 청년고용 해법으로 나온 노동개혁법안에 대한 토론이나 법안 처리 노력조차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쉽다. 반면 성남시장은 청년들에게 조건없이 현금 쿠폰을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다. 법을 잘 지키고 배려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정치 경제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기득 계층의 완고한 이해를 넘어서는 통합리더십을 가진 인물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국민의 현명한 판단 아래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되고 제도화된 공론의 장에서 풀어나가기를 고대한다. 위기를 위기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낙관론은 우리의 단점이자 강점이다. 그러나 경제와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민주노총 등 기득권세력이 아닌 진짜 서민과 청년들이 광장에 나서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이른바 기성세대가 된 486세대가 지금 청년이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갈까. 청년층들의 단결과 분발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법치주의와 준법성에 대한 교육을 대폭 강화하여야 한다. 다행히 정부 차원에서 전면 실시할 공직가치 교육이 법치주의의 확산 촉매제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