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동선
기자] “한과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제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죠. 웰빙음식인데 명절 때만 고객이 찾아와서 아쉽네요”4일 비학산 정기가 살아 숨쉬는 포항시 북구 신광면 상읍리 마을. 이 마을 어귀에는 전통수제한과만을 고집하며 14년째 이어 온 박선녀(52ㆍ여)씨가 열심히 사는 곳이다.박씨가 만든 한과 향은 설 명절을 앞둔 대목 탓인지 구수한 고향냄새와 정겨운 한과 향이 비학산 맑은 공기와 어우러져 침샘을 자극하고 설 분위기 한껏 띄우고 있다.40년 전 박 씨는 과거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살던 시절, 친정엄마의 어깨 넘어로 한과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아 전통수제한과를 만들어 왔다. 결혼 후 포항에서 살게 된 박 씨는 지난 2003년 비학산 정기가 살아 숨 쉬는 경치 좋은 신광면 상읍리에 전통한과점을 차리고, 한과제조에 필요한 막걸리 등의 재료까지 손수 만들어 한과를 생산하고 있다.시골 분위기와 왠지 잘 맞는 박 씨의 전통수제한과점은 신광면 상읍리 마을의 30평 남짓한 가옥내 한과 수제 전문공장을 만들어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수작업만으로 산자와 병과 등의 한과를 만든다.한과 생산기계를 사용하면 대량생산이 가능해 고수익이 보장될 것이라는 유혹이 있어지만 이를 뿌리치고 친정엄마가 물려 준 수제한과 기술을 고집하며 사라져가는 옛 먹거리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주변에선 박씨를 일컬어 한과 명인이라 부른다. 여기에는 수제한과를 만드는 박 씨만의 노하우가 있었다.박 씨의 수제한과 비법을 잠시 들여야 보면, 우선 45일간의 긴 생산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한과가 부드러운 맛을 주는 데에는 쌀을 저온창고에서 30일간 발효하기 때문이다. 또 직접 주조한 막걸리로 반죽과 재숙성, 말리기 과정을 반복하고 기름에 튀긴 후 조청을 바른다. 조청 역시 지난해 가을부터 숙성시킨 쌀로 만들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냈다. 이렇게 명인이 만들어 내는 손맛을 기억하는 고객들이 매년 수 천여 명에 이르고, 연간 매출도 수억 원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공장규모도 기존의 30평에서 현재 50평으로 넓혀 부족한 한과물량을 생산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포항지역의 장기경기침체로 올 설 명절에는 매출이 전년대비 80% 로 떨어졌지만, 박 씨의 수제한과 실력을 믿고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4일 박 씨를 상읍리 한과집 현장에서 어렵사리 만났지만 소문대로 민속 대 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수제한과를 찾는 주문전화가 북새통을 이뤄, 쇄도하는 주문량을 맞추느라 여유가 없어 보였다. 일반적으로 기계에서 대량생산한 한과는 입안에 들러 붙고 치아와 치아 사이에 끼여 먹기 불편하다는 특징과 함께 방부제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박 씨가 만든 산자는 대량생산 공정을 통해 만든 산자에 비해 두께가 굵은데도 부드럽고 치아 등에 들러붙지 않아서 수제한과를 찾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일부 고객은 “박 씨가 만든 한과는 연하고 입에 들어 붙지도 않아 자연의 맛 그 자체다”며 “입에 산자를 넣는 순간 부드럽고 고소한 고향의 향기가 흘러 나오는 것을 느꼈다”며 감탄했다.가격은 일반적인 선물세트용은 2만5천 원 정도로 수작업으로 생산한 전통음식 치고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박 씨는 “전통한과가 명절 때만 인기 있는 것이 아쉽다”면서 “가공식품 등 조미료 입맛에 길들여진 시대에 건강을 우선하는 전통음식들이 괄시받지 않고 항상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박 씨는 쌀 반죽에 필요한 막걸리 전통주조법을 배우기 위해 대경대학교 전통주 전문가 양성과정을 직접 수강하는 등 전통주조에 대한 열정도 내비쳤다.또 대구한의대학교에서 ‘한과 만들기’ 강의를 진행할 만큼 전통한과를 만드는 명인으로서 정평이 나 있다. 한편 박선녀 한과는 최근 포항시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홈페이지(https://hangwa3.modoo.at/)를 개설하고 판매망을 구축하는 등 명절 특수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한과에 관심 있는 고객들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