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시간적으로는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첫 날을 의미하는데,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한때는 양력 신정(新正)의 상대적 개념으로 구정(舊正)이라고도 했었는데 이 말에는 ‘설’을 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하여 우여곡절 끝에 ‘설날’로 바로잡았다.‘설’은 그해 첫 번째로 만나는 날이므로 아직 ‘낯설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낯을 익힌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뜻일까? ‘설 명절’은 하루에 그치지 않고 보름간이나 계속되었다. 설날 아침에는 부모에게 세배를 하고, 형제자매들끼리도 서로 상호 세배를 한다. 친척과 이웃 어른께도 세배를 하고, 조상 산소도 찾고, 이웃마을 먼 곳에 계시는 친지어른께도 세배를 다녀야하기 때문에, 세배는 보통 정월보름까지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설 연휴기간이 보름동안이라는 뜻이 된다. ‘설’은 이렇게 명절기간을 보름간이나 잡아야할 만큼 특별한 명절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춘지애[春節]라는 설 명절은 너무나 대단하여 공식 연휴가 일주일씩이나 된다. 하지만 연인원 29억 명으로 추산되는 ‘민족대이동’을 기간 내에 모두 감당할 수가 없어 춘절특별열차는 설 전후 40일간 운행할 예정이라 한다. 북한에서도 설날은 1960년 ‘봉건적 잔재’라 하여 없앴다가 30년 만에 다시 부활하였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의 ‘설 명절’은 특별하다. 우리에게는 거의 다달이 명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설날과 대보름 명절을 특히 크게 여겼다. 설날은 한 해가 시작하는 첫 날로 천지개벽과 비유되었고, 보름 명절은 농경(農耕)을 반영하기에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이라고 부른다. 보름달, 즉 만월은 풍요를 상징하기에 더욱 소중히 하였다. 그래서 사내아이를 중심으로 모두가 언덕에 올라 솟아오르는 보름달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 우리의 풍습이었다. 양력 1월 1일 새벽에 동해안 도로를 꽉 막아서서 야단스럽게 기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동산에서 둥실 떠오르는 달을 기다리며[望月] 조용히 소원을 비는 것이 우리의 전통풍속인 것이다.하여간 설 명절은 ‘정초’라고 부르는 보름동안의 기간을 모두 가리키는 말로 이 기간을 모두 ‘설날’이라고 할 수 없어 ‘설 명절’로 부르게 된 것이다.한편, 설이란 용어는 나이를 헤아리는 말로 해석하기도 한다. ‘설’을 쇨 때마다 한 설, 두 설 하던 것이 사람의 나이를 헤아리는 단위로 정착하여 오늘날 한 살, 두 살로 된 것이라 한다.‘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7세기에 나온 중국의 역사서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삼국유사』에도 설 명절의 연원과 관련된 기록이 있다한다. 『고려사』에는 고려 9대 속절 속에 원단(元旦: 정월 초하루)이 소개되어 있다. 조선시대는 원단(설날)ㆍ한식ㆍ단오ㆍ추석을 4대 명절이라 했다지 아마.‘설’은 한자로는 신일(愼日)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설날을 ‘삼가는 날’이라고 하여, 이날은 바깥출입을 삼가고 집안에서 한 해 동안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기를 신에게 빌어 왔다. ‘삼가는 날’도 일진을 돌아가며 설 명절동안 이어지는 게 보통이었다.‘설’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유사한 설은 또 있다.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불리는 동지이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인데, 설날 떡국 한 그릇 먹으면 나이 한 살 먹는다고 하듯, 동짓날 팥죽 한 그릇 먹으면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있다. 동지를 작은설로 여기는 것은 중국 후한시대에 동지를 세수(歲首)로 삼았던 데에서 연유한다고 한다.「까치까치 설날은~」하는 까치설이 또 있다. 옛날에는 작은설을 가리켜 ‘아치설’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치’는 ‘작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치설은 ‘아치’의 뜻이 상실되면서 음이 비슷한 ‘까치’로 바꿔진 모양이다. 남해다도해 지방에서는 22일 조금을 ‘아치조금’이라고 하는데, 경기만 지방에서는 아예 ‘까치조금’으로 바뀌어 있다. 비슷한 말로 <애앗, 아지, 아차>라는 말도 ‘작고 아담하다’라는 뜻을 가진 예쁜 우리말이다. ‘아치나리’는 작은 나루를 뜻하며, ‘작은 냇가’ 라는 뜻을 가진 <앗시내, 아시내>가 ‘아치내’로 발음이 변한 사연과 같다.그래서 섣달그믐을 일컫는 ‘아치설’ 즉 작은설은 ‘까~치설’로 길게 발음할 것이 아니라 ‘까치설’로 짧게 발음되어야 그 의미를 쉽게 전달 받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