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한 아버지 얼굴에 박혀 있는 검은 별을 본다겨울은 점점 깊어가고잔바람에도 뚝뚝 살을 내려놓는 늙은 감나무열락과 고통이 눈 속으로 젖어드는 늦은 저녁아버지와 시래깃국에 밥 말아 먹는다세상 어떤 국이 얼룩진 자국 한 점 남김없이 지워낼 수 있을까 푸른 빛깔과 향기로 맑게 피어날 수 있을까 또 다른 어떤 국이자잘한 행복으로 밥상에 오를 수 있을까 저렇게 부자간의 사랑 오롯이 지켜낼 수 있을까어느 때라도 ‘시래깃국’하고 부르면 일흔이 한참 넘은 아버지와쉰을 갓 넘긴 아들이 아무런 통증 없이 공기 속을 빠져나온 햇살처럼 마주앉아 있으리라세상은 시리고도 따뜻한 것이라고내 가족 이웃들과 함께 함박눈을 밟고 겨울 들판을 휑하니 다녀와서시래깃국 한 사발에 또다시 봄을 기다리는수척한 아버지 얼굴에 박혀 있는 검은 별을 본다시 읽기-시래기는 동맥경화, 당뇨 예방 시래기의 식이섬유는 포도당의 흡수율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줘서 당뇨와 동맥경화 등을 예방해 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미꾸라지와 시래기를 넣고 추어탕을 끓이거나 시래기묵나물, 시래기된장국, 사골우거지국 등등 겨울철 영양식으로 안성맞춤인 토속적 웰빙 식품이다. ‘어느 때라도 ‘시래깃국’하고 부르면 일흔이 한참 넘은 아버지와 쉰을 갓 넘긴 아들이 아무런 통증 없이 공기 속을 빠져나온 햇살처럼 마주앉아 있으리라.’ 는 시인의 말대로 고향집처럼 편안하고 따스한 음식이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처마 밑이나 부엌 모퉁이 응달에 어김없이 걸려있게 되는 시래기, 보리쌀을 맷돌에 설푼 부수고 시래기를 풀어 쌀을 한줌 넣고 끓인 시래기죽이 소작지기 빈농에게는 겨울나기의 주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는 것이다. 힘든 일과 틀리의 불편도 내색하지 않고 논밭에서 황소를 다루시던 아버지, 남을 위로할 줄 알고 짐승에게도 인정 베풀며, 자신을 한껏 낮추면서 욕심 없이 그저 자식들과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도록 현세의 무거운 짐을 도맡아 온 아버지를 시인은 알고 있는 것이다. 수척한 아버지 얼굴에 박혀 있는 검은 별을 보는 듯 시리고도 따뜻한 시래깃국이다. 일흔이 한참 넘은 아버지와 쉰을 갓 넘긴 아들이 마주 앉은 겨울저녁의 시래깃국 한 사발...... 세상 어떤 국이 이토록 자잘한 행복으로 밥상에 오를 수 있을까? 세상 어떤 국이 이렇게 부자간의 사랑을 오롯이 지켜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