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고 일때와 비교하면 이런 유가가 형성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급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주유소 기름가격은 국제정세가 제대로 반영되질 않고 있다. 유류세 때문이지만 팍팍한 서민들의 삶을 감안하면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하는 변동 폭이 없는 정액제의 유류세를 국제유가와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국내시장의 유류세는 정액제로 ℓ당 판매금액의 70%에 가까운 수준을 보이고 있다. 휘발유 가격을 구성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의 경우 국제유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유류세(교통세, 환경세, 주행세)는 ℓ당 고정적으로 매겨지는 정액제로 계산돼 일정하다. 정액제이다 보니 판매금액이 올라가면 전체 판매가에 대한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내려가면 오히려 비중은 늘어나는 꼴이다.휘발유 판매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46.6%를 차지한 뒤 꾸준히 증가해 지난주 1천380.2원으로 판매가가 낮아지면서 비중은 63%(871.8원)로 올라갔다.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유사에서 최저마진으로 내놓아도 판매금액이 더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정액제로 운영되는 유류세 때문이다. 지난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의 평균 판매가는 세전 기준 ℓ당 474원선으로 2007년 2월(492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1월(915원)과 비교해보면 48%나 감소한 것이다.휘발유 평균 판매가가 이처럼 떨어진 것은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 선에서 20~30달러 선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2014년 1월과 단순 비교해 절반가까이 휘발유가격이 떨어진다면 가격대는 800-900원대가 돼야 하지만 실제 판매가는 1천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가가 80달러때나 30달러때나 판매가는 별 차이가 없다. 유가가 고공비행을 하면 국내기름 값은 치솟지만 내려가면 그 반응속도는 더디고 그마저도 정액제인 유류세가 기름가격 인하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아마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국제유가에 비해 국내시장은 오히려 철옹성이기에 국민들은 답답하다. 유류세를 선 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국민들은 정유업계의 담합을 얘기한다. 차라리 담합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과징금을 부과하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가 답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