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저렇게 왔으면 좋겠다얕은 물골부터 다 차오른 뒤더 깊은 물골로 건너가는 저 속도로찬찬히 살피며 왔으면 좋겠다작은 돌이 잠기고 큰 돌이 잠기고포구를 지키고 섰는 등대의 발목까지일정한 몸짓으로 간드렁대며밀려드는 거대한 순례자의 발걸음사랑이 저렇게 찬찬히 왔으면 좋겠다.시의 산책로= 흔히 사랑은 한 순간에 날아와 꽂히는 화살처럼, 혹은 도도히 타오르는 불길처럼 묘사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이 마치 운명인 듯이 말하기도 한다. 쉽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사랑이라면 그건 애초에 사랑도 아니다. 소위 ‘인스턴트 사랑’에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랑이 달콤한 것만은 아니라는 건 눈물 없는 사랑이란 없다는 의미이다. 모든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어디까지나 진중해야만 한다. 이 시 화자(話者)의 표현대로 사랑은 ‘찬찬히 살피며’ 와야 하고, 또한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 시 ‘밀물’은 얼핏 보면 사랑의 속도를 말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사랑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와 방법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