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올해초 내놓은 전세보증금 펀드가 뭇매를 맞고 있다. 시장 왜곡 논란에서부터총선을 겨냥한 포플리즘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월세전환이 대세가 된 시류에 맞춰 세입자들이 돌려받은 보증금을 `투자풀`로 묶은 뒤 민간 자산운용사에 맡겨 굴려주자는 선의의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렇게 얻은 수익을 월세로 보탤 수도 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제시한 조건을 놓고 `시장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 3~4% 수익률을 주면서 사실상 원금보장을 해주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장은 그게 가능한 것이냐고 쓴웃음을 짓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7일 다시 해명자료를 냈다. 전세보증금 펀드에 대한 오해를 해명한 것이다. 금융위는 이 펀드에 대해 정부가 원금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민간 운용사가 손실을 일부 떠안을 수 있도록(손실준비금 성격으로 운용사가 투자풀의 5%까지 투자) 하는 등 최대한 안전장치를 둘 예정이고 펀드의 운용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수익률은 이 펀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적 연기금투자풀의 수익률(3.7%, 5년 평균)에 미뤄 예시로 제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그러나 손실을 민간운용사가 부담한다고 해서 원금보장이라는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손실부담 위험을 안고 운용하겠다고 선뜻 나설 운용사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목표 수익률이 다른 대체 운용수단에 비해 높은 것이 아닌 상황에서 원금보장과 같은 다른 메리트를 넣지 않으면 흥행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근본적 딜레마다.전세보증금으로 1억원을 돌려받은 세입자가 이 펀드에 가입해 연 3.7% 수익이 났을 경우 세전 기준 약 31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이정도 수익은 채권펀드 등에서도 얻을 수 있다. 세입자의 절박한 심정을 감안해 고안한 상품이라는 금융위의 진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시장에는 세제혜택도 주면서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다. 올해부터는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도 시행된다. 굳이 정부가 나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자가 시장의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