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 봉산문화회관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3월 13일까지 59일간 회관 2층 4전시실에서 `2016 기억공작소 Ⅰ박철호 작가의 순환-깃`展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오는 3월 12일 오후 3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가능성으로서 `깃`에 관한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먼저 흰빛의 깃을 닮은 붓질이 5.2m 높이의 전시장 두 벽면에 가득하고 반대편 벽면에는 붉은 빛의 깃을 연상하는 얼룩이 가득하다. 작가의 `깃`은 자연의 바람결 혹은 파장과 같은 `빛의 흐름`으로 공간 전체에 스며들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듯 겹겹이 포개진다. 도드라진 사각형 아마포의 섬유질 표면은 물론이고 그 위를 자유분방하게 그은 드로잉 선과 획에서 자연 상태의 본연과 긴장, 기억의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 작가는 거칠면서도 광활한 자연 생태의 두려움과 더불어 임시적이며 한시적이고 불안한 상태들이 영원과 희망과 평화의 순환 구조에 연결되는 상황들을 자연의 경이로움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일종의 순환 차원의 유기적 호흡으로 생각하고 그 호흡에 따른 신체 행위의 하는 미술을 작업의 근거로 이해한다. 이번 전시 ‘순환-깃’에서 박철호는 잊히거나 사라져가는 사건 혹은 사물의 기억처럼 선명하지 않고 흐려진 이미지들을 겹치고 쌓고 이어붙이는 신체 행위를 통해 깊이 잠들어있는 감성들의 가녘을 잡아 흔들어 깨우듯이 미술의 다른 가능성을 찾는다. 또 작가는 갈기로 찢겨 끊어질 듯 이어진 물결 같은 선 드로잉 속에서 관람자가 말이나 새, 나무, 얼굴, 총, 폭탄, 군함 등의 이미지들을 찾아낼 수 있도록 설계한다. 작가의 행위는 선으로 무엇인가를 그려 넣고 감광하고 찍는 판화기법과 덧칠하고 지우고 긋는 회화기법, 각각의 드로잉 단위체를 겹치고 배치하는 조형 설치 방식 등의 결합을 통하여 마치 기억의 편린을 어루만지고 공작하려는 듯 짐작된다.판화가로도 알려진 미술가 박철호의 1999년 작품 `Despair & Hope`는 뉴욕에서의 기억과 연결된 새의 형상을 통해 인간생명의 위기를 경고하는 작가 의식을 비롯 동시대 회화의 실험적 해석과 경계를 넘는 재료의 실험 등 자기제안과 수렴의 진정성이 담긴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