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화제가 된 ‘세상 물정의 물리학(김범준 저)’를 읽었다. ‘세상 물정’이라는 말만큼 다양한 함의를 가진 단어도 흔치 않다. 좀 더 세상 물정을 잘 알았으면 필자도 한번 뿐인 공직생활을 더 잘 했을 것이다. 공직 퇴직 이후에 인문학 독서도 하고 과학적 소양을 익히고 배우려고도 한다. 여하간 ‘세상 물정의 물리학’을 읽으면서 인문학과 사회학이 교차 융합하는 부분이 많고 되새길 시사점이 있어 나름 정리하여본다. 첫째 처세술이나 도덕교과서에는 ‘뒷담화’를 금지하고 가급적 남을 비판하지 말라고 한다. 사실 매사 두리뭉실하게 처세하고 듣기 좋은 말을 하면 개인의 영달에는 도움이 된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전쟁터가 아니더라도 신속하게 결정하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큰 문제점을 알고 있더라도 특정 목소리가 워낙 크면 대부분 입을 다문다. 물론 나중에 배가 난파하면 그리 될 줄 알았다고 비로써 목소리를 낸다. 의사소통에 대한 빅 데이터는 의사소통이 원활할 때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직의 결속도가 커짐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에서는 만장일치가 되면 의사결정을 미루는 관행이 있다고 한다. 어떤 선택이 아무리 좋아보여도 최소한의 부작용은 챙겨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한국의 위계적 조직문화에서 공식적 채널이 수시로 막히므로 리더는 SNS상 뒷담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수시로 파악해야 한다. 나아가 퀴즈를 풀 때 그 분야의 전문가보다 평범한 다수에게 의견을 들을 때가 더 정확하다고 한다(집단지성). 특히 ‘배심원제’에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서로 다른 이유로 결정을 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 이유로 필자는 SNS가 워낙 발달하여 비전문가도 깊지 않더라도 많은 최신 정보를 가지는 반면 전문가는 이미 낡은 지식과 정보에 매몰될 가능성에 있다고 본다. 특히 우리 사회는 전문성이 부족하다지만 그 전문가가 얼치기거나 편향성을 가진 경우의 부작용도 클 수 있다. 둘째 네트워크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SNS 시대에는 사람의 영향력을 잴 수 있는 사회연결망 구조도(構造圖) 차이가 엄청 큰 마당발이 두드러진다. 댓글 달기 뉴스 상위 검색어 베스트셀러 등이 이를 이용한 홍보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도시나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구글 아마존 패이스북 애플 등 전 세계 정보가 모두 미국에 모이고 이런 빅 데이터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미국에 혁신 기업이 생겨나고 세계 중심국가의 위상을 지켜나간다. 즉 지식정보 행정서비스 산업은 연결 중심성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수도권이 중심이다. 따라서 세종시 지방 혁신도시 등 물리적 분산정책은 과학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반면 중후장대한 제조업은 이미 자연스럽게 지방에 분산되어있다. 셋째 통계적 평균과 함의에 대하여 살펴본다. 학교 보건소 선거구 등 조정과 관련하여 늘 인구편차가 논란이 된다. 농어촌 산간지역에는 학생이 숫자는 적지만 이동거리가 매우 멀다. 반면 대도시에는 담벼락을 연할 정도로 학교가 인접해있다. 커피숍 정도라면 상업성이 우선이고 다소 거리가 멀어도 무방하다. 학교는 개인의 학습권뿐만 아니라 지역과 국가 발전의 토대이다. 필자의 모교인 영주의 평은초등학교도 폐교 논란 끝에 존치하자 학생 수가 늘면서 지역의 구심점이 되었다. 대학평가에서 대부분 지방대학이 불리하다. 영주 풍기의 동양대학도 동두천 캠퍼스를 여는 등 생존 전쟁이다. 서울 등 대도시는 그냥 있어도 학생이 몰리니 서울에 있는 대학이 ‘서울대학’이고 서울과 거리에 비례하여 합격 수능등급이 결정된다. 지리적 이점 등은 충분히 감안하고 평가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계를 살피면 간과해온 불평등이 드러난다. ‘상선약수’라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 흐름이든 열전도든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불평등이 쌓이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장려되기도 한다. 한 예로 프로야구팀의 연간 이동거리를 보면 부산연고인 롯데의 이동거리가 수도권 연고 구단보다 월등히 길다. 이러한 불평등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돌리면 대폭 개선될 수 있다. 한편 애플과 같이 세계 1등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갈 정도로 부를 축적하는 것도 극단적이다. 결과가 극히 불평등해지니 패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나누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로 상속을 통해 부자가 되는 한국은 어떤가. 재벌 2세가 특출한 재능을 가졌을 통계적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기업 승계에 검증도 필요하지만 능력 이상으로 주어지는 만큼 나눔에도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선택과 집중에 동의하는 것이다. 현대는 대통령 국회의원도 선거로 뽑고 황후장상 같은 신분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학 행정학을 전공하고 정부부처에서 정책을 담당하면서 ‘공익 공복’ 등 당위론적이고 도덕적 측면을 강조하였다. 그러다보니 흑백을 가리는 가치논쟁에 익숙하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논쟁도 과학적 통계적 자료를 축적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한다면 극단적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 현상과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있어야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할 수 있다. 건전한 내 상식이 상식이 아닐 수 있고 혼란스러운 것도 상당부분 설명이 된다는 걸 알게 한 의미 있는 독서였다. 이제 세상물정에도 좀 더 밝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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