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끌어온 삼성전자 백혈병 분쟁문제가 사실상 타결됐다.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는 12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조정 3주체 교섭단인 삼성전자, 피해자 가족 및 시민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등이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사과, 보상, 재해예방대책 등 조정 3의제 중 ‘재해예방대책’ 문제와 관련해 조정 3주체 사이에 원만한 조정 합의가 성립됐다.조정 3주체는 그동안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와 관련 사과와 보상, 재해예방대책 등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왔다. 이들의 이번 합의를 통해 백혈병 분쟁은 8년 만에 타결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3월 기흥 반도체 공장 근로자인 황유미씨가 급혈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지게 됐다. 이후 백혈병 등 직업병이 생긴 전ㆍ현직 직원들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산업재해 신청과 소송 등을 제기하는 등 8년간 투쟁해 왔다.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의견 차이를 성공적으로 조정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가 8년 만에 사회적 합의 방식으로 해결의 길을 찾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조정위는 보상과 사과, 재발방지 등 세가지 의제에 대해 함께 해결 방안을 제시했고 피해에 대한 보상만큼 현직 노동자들을 위한 예방대책도 미룰 수 없으며, 불행을 겪은 개개인에 대한 사과와 함께 건강한 노동현장을 구현해야 한다는 사회적 다짐 역시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의견차가 컸던 보상 범위와 관련해선 피해자 쪽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삼성전자의 애초 보상안이 혈액암ㆍ뇌종양ㆍ유방암만 보상 대상으로 인정하고 최소 재직기간을 5년까지 요구한 것부터가 무리한 주장이었다. 조정위 권고안은 최소 근무기간을 1년으로 하고, 대상 질병을 28종으로 늘렸다. 중대한 장애를 수반하는 희귀질환 등에 대해선 유해물질 발생 가능성이 인정되면 인과성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도록 한 대목도 눈에 띈다. 그동안 반도체 공장의 질병에 적용되는 산재인정 기준에 대해선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작업환경과 질병의 연관성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무성했던 터다. 이번 권고안이 그런 잘못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