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7년 두산인프라코어를 시작으로 대기업들의 영구채 조기상환(풋옵션 행사)이 이어진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영업실적 악화로 영구채 차환이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그 불똥이 금융사로 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영구채는 만기 없이 이자만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을 말한다. 특정한 조건이 붙지 않을 경우 원금 상환 의무가 없어 일반 회사채와 달리 국제회계기준 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통상 영구채는 일반기업 대신 국제결제은행(BIS) 레버리지 비율을 맞춰야 하는 은행이 주로 발행하던 채권이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국내 제조기업으로는 최초로 두산인프라코어가 5억달러의 영구채를 발행해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하며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 국채 5년물에 2.65%포인트를 가산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차입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채권 발행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스탭업 조항을 포함시켰고, 채권자에게는 발행 5년 후 원금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풋옵션도 첨부했다. 때문에 일반적인 영구채와 같이 자본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를 두고 당국과 기업 간 마찰이 불거지기도 했다.더 큰 문제는 금리 수준이 크게 오르는 2017년을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 상태가 훨씬 악화됐다는 데 있다. 영구채 자체는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자 부담이 급속도로 증가하면 재무구조 역시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두산인프라코어 영구채 발행 이후 포스코, SK텔레콤 등 국내 업체들의 영구채 발행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는 대한항공이 3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자체 신용등급이 낮아 전액 수출입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았다. 3년 뒤 3% 포인트가 더 오르고 6개월마다 채권 상환을 요구받을 수 있는 악조건이다. 지급보증을 선 은행에도 영구채는 골칫거리다. 100% 채무로 기록돼 건전성이 나빠진다. 결과적으로 국내 은행들이 재무 위험 부담을 그대로 떠 안게 되는 것이다.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무 위험에 빠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영구채 발행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관계로 영구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영구채 발행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경우 자칫 연쇄 부도의 우려도 적지 않아 당국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