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오길래 쓸쓸히 오길래차 한 잔 같이 하자, 했는데더운물에 홍삼 엑기스 풀어쓱 부어주고 자기는 서서 마시고 나가버리네차 한 잔 같이 하자고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사십 년을 함께 살아도 잘 안 들리는소리가 있었나보네밖에는 겨울비 쓸쓸히 내리는데 마음도 가만가만 젖어 네리네시의 산책로-겨울비가 내리는 날에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중년 부부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부이다. 차 한 잔, 술 한 잔은 한 차례의 만남이나 대화를 상징할 때가 많지만 이를 통한 사람 사이의 소통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분주히 살아가는 현대에선 우리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일조차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두 사람이 그냥 차만 한 잔 나눈다고 해도 거기엔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언어가 있다. 말조차 필요 없는 두 사람 사이의 소통법, 그 소통법이 통용되는 삶이 어찌 소중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