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일 외교장관 협의에 의한 10억 엔(약 97억원)을 일본이 내기 전에 소녀상을 철거하자는 구상에 한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주한 일본대사관 근처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가능할 빨리 철거해달라는 일본의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가 긍정적으로 대응할 의사를 보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한국이 소녀상을 철거해야 일본 정부 예산 10억 엔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의 반응은 “일본 정부가 그런 주장을 한 적도 없다”면서 “있을 수도 없고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얘기, 완전 날조”라고 어느 때보다 격앙된 어조로 반문했다.일본의 이같은 언론 플레이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4년 11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에도 일본은 양국 정상이 ‘비공개’로 논의한 내용을 교묘히 왜곡해서 언론에 흘려 우리 정부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문제는 자극적인 내용의 부정확한 일본발 보도가 한국 여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공식 브리핑이나 당국자를 통해 반박을 한다고 해도 한번 나빠진 여론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그럼 일본에서 이같은 보도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일본 언론이 합의문에 등장하지 않는 내용의 보도를 할 때는 대부분이 일본의 희망사항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소녀상 이전과 위안부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 보류는 일본 측이 우리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온 사항이었다.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언론에 사실인 양 흘리는 것은 양국이 타결한 합의가 완벽히 한쪽에게만 유리할 수 없는 만큼 한국 여론을 교란시켜 일본에 유리한 협상을 이끌었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합의에 대한 국내의 지지를 얻으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외교(外交)는 수사(修辭)다. 국가간 외교 협상의 성패(成敗)는 잘 가꿔진 수사에서 엇갈린다.결국 외교 협상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수사’가 근본이며, 시작이다. 외교에서의 수사는 자국에게 유리한 점은 부각시키고 불리한 점은 뒤로 빼는 기법 전반을 아우른다. 적극적으로 나서 여론을 하나로 모으려는 일본의 언론과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비난 일색으로 한발짝 뒤로 물러난 소극적인 자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우리 정치권을 신뢰하는 민초(民草)들은 이제 없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정부를 믿고 신뢰하는 자구책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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