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자식은 부모를 부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른바 ‘효도계약’을 어긴 자식에게 “부모에게 받은 재산을 돌려주라”고 판결을 냈다. 직계혈족의 부양의무가 민법(974조)에 명시된 만큼 유씨 부자의 계약상 ‘충실히 부양한다’는 조건은 생활능력이 없는 부모를 돌본다는 일반적 수준의 부양을 넘어선 것이라는 게 사법부의 해석이다.급기야 국회가 부양 의무를 져버린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을 되돌려주게 하는 `불효자식방지법`까지 발의한 상태다.이때를 즈음해 모 매체에서 국민들의 여론조사를 한 결과 효도계약이 필요하다란 의견이 무려 77.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이를 법으로 만드는 ‘불효자식방지법’입법에 대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67.6%로 반대(22.6%)보다 훨등히 많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볼 때, 부모 재산을 법적으로 이전 받은 후에 ‘불효자’의 민낯을 드러낸 피붙이와 송사를 벌여 사실상 빼앗긴 재산을 돌려 받는 게 쉽지는 않다. 이번 판결은 아들이 각서를 썼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각서는 “아버지와 같은 집에 살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고 불이행 시 계약해제나 다른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각서로 아들에게 재산을 넘긴 것은 단순증여가 아니라 받는 쪽이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부 증여’가 됐다.부양 조건을 문서로 남기는 이른바 효도 계약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낯설기만 한 상황이다. 변호사들은 정식 계약서가 법적으로 가장 안전하지만 부양하겠다는 자녀의 약속을 녹음해 두는 것도 최소한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세상이 각박해졌다. 부모와 자식 간에 효도 각서를 쓰고, 지키지 않아 소송을 벌여야 하는 가족 붕괴의 시대상이 씁쓸하다. 부모 재산을 강제로 빼앗고 부모를 내팽개치는 패륜적 범죄가 범람하고 있다. 엄연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부모와 자식을 원수처럼 만들어 놓는 소송전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사회가 고령화하면서 노부모 부양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많아지고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부모 부양문제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불효자 방지법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