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는 그동안 철강산업으로 남성적 이미지를 가진 도시였다. 문화 불모지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다녔다. 그러나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되고 최근 문화도시 조성사업까지 선정되면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한해는 철강도시 포항에서 생기있는 문화도시로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편집자주>
[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 포항시는 2016년부터 5년간 문화특화지역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게 된다.대도시 중심의 문화시설 및 전문 인력 집중으로 지역의 문화격차 심화를 비롯해 문화향유의 기회가 부족한 실정이다.이 가운데 획일화, 비인간적인 도시 문제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서 문화 가치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또 도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반 구축 및 사회 구성원간의 관계 회복에 있어 문화의 매개 작용을 중시하고 있다.이외에도 문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도시의 지속성장 동력마련,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대응하는 문화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를 창조하고 시민 및 주민, 공공, 전문가가 하나돼 지역의 문화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공동체가 성장하고 지역 사회를 활성화시키고자 한다. 문화도시형 사업유형은 도시 핵심가치 및 문화활동 양상에 따라 △문화예술중심형 △문화산업중심형 △문화자산중심형으로 구분된다. 이를 외국의 문화도시 사례로 살펴볼 수 있다.일본 요코하마는 오래된 지역 도심과 항구 곳곳에 문화공간을 구축하고 예술가 유치 및 활동으로 문화예술중심형 문화도시를 조성했다.영국 게이츠헤드는 구도심에 영상, 문화예술과 산업의 총체적 집적을 통해 문화산업중심형 문화도시로 발전시켰다.이탈리아 볼로냐는 지역의 구두장인 문화를 바탕으로 전통산업이자 문화인 구두수선분야를 육성해 도시성장을 이끌어낸 문화자산중심형이다.포항은 앞으로 5년간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 올해는 도시 안에서 시민과의 관계형성사업, 파일럿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 3년차에는 사업의 집중 및 1차 성과도출, 4년차에는 도시문화 생태계 구축, 5년차에는 본사업 종료 및 지속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포항 문화도시 조성 준비위원들을 만나 `문화가 갖는 힘`에 대해 들어보았다.장규열 준비위원장(한동대 교수)포항이 문화도시로 그 새로운 지향점을 설정한 일은 참으로 환영할 일이다. 문화가 숨쉬는 도시, 문화로 풍성한 도시, 시민이 문화를 누리는 도시, 그리고 끊임없이 문화로 새롭게 변화해 가는 도시가 되어 갈 것이라는 기대가 아주 높게 걸린다.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기 보다 우선 이 지역 `포항문화의 정체성`을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잘 찾아내고 정리하여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많은 분들의 협력을 통해 우리 문화의 뿌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잘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이들 문화원형을 어떻게 오늘과 미래세대들에게 잘 전달되고 유지, 발전돼 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즉, 우리의 전통문화가 `근현대적` 토양과 어떻게 잘 어울리도록 새롭게 만들어 낼 것인지도 연구돼야 할 것이다. 그래서 문화예술계, 전문기획인, 그리고 시민사회와 잘 소통하고 나누면서 `문화도시 포항`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얼른 생각해도, 연오랑세오녀, 철강도시 포항, 호미곶 이야기, 해와 달의 테마, 해병대의 고향, 산업입국의 기수, 영일만의 해돚이, 구룡포와 과메기, 흥해, 송라, 기계, 죽장, 상옥과 하옥 그리고 포항의 구도심 이야기,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 개발의 가능성은 차고도 넘친다. 이외에도 오늘의 모습에서 새롭게 들리는 이야기와 문화 콘텐츠개발의 가능성은 끊임없이 이 지역에 숨쉬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살피고 들여다 보면서 `문화도시`로서 포항이 새롭게 태어날 가능성은 그 어느 다른 지역보다 높아 보인다.류영재(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추진위원장)문화가 이 시대의 힘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다만 그 힘을 가지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우리의 숙제다.문화도시, 문화가 도시의 정체성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정신이 필수적이다. 이 시대에 문화가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공감을 획득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포항의 문화도시 조성은 도심재생을 위한 하드웨어 구축과 함께 시민들의 마음을 읽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인 소프트웨어 계발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포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인프라는 `일월지향(日月之鄕) 포항`, `스틸아트의 도시`, `바다와 만을 가진 도시`, `진경산수화의 발현지`, `국토의 동남쪽 땅끝마을`, `귀신고래 이야기` 등 풍부한 편이므로 문화도시로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주재연((주)난장컬쳐스 대표이사)문화도시는 좋은 시설과 훌륭한 예술가로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도시의 창조적 에너지다. 도시 전체가 커다란 창작공간이 되고 시민 모두가 창조적 문화기획자로 삶을 지속해야 한다.경관 디자인, 구도심 개발, 문화행정, 교육 시스템에서 창조적이고 문화적인 방식을 도입해 문화 도시로서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 문화적 공동체로서의 열린사회로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일상적 창조성(Ordinary Creativity)과 집단적 창조성이 공동체 삶과 가치를 확산하는 도시가 바로 문화도시이다.황상해(前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사무국장)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오늘날 많은 도시들이 `문화`에 주목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전국에서 문화도시로 선정됐거나 시범도시로 운영중인 도시가 무려 10개가 넘는다고 하니 그러한 흐름을 가늠할 만하다. 문제는 앞다투어 가져가려는 `문화도시 타이틀 뺏기`의 경쟁속에서 어떻게 `문화도시 포항`만의 밑그림을 그릴 것이냐가 관건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유럽의 문화도시와는 달리, 산업화·도시화의 성장속에 문화적 토양이 약한 포항의 경우 문화동력을 키울 콘텐츠 개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따라 하기 식의 산발적인 콘텐츠 개발에 매달리기보다 문화도시 정책이 관통하는 지점을 파악하고 궁극적으로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는 문화적 실천으로서 정책과 실천이 이루어지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