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물가정책이 ‘물가 잡기’에서 ‘물가 띄우기’로 바뀐다. 정부도 성장률을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에 무게를 둔다. 잠재성장률이 3.0~3.2%로 추정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저물가) 고착화로 인해 경제 운용의 틀이 바뀌는 것이다.정부가 ‘경상성장률’을 주요 키워드로 꼽고, 한국은행이 2% 단일 물가목표를 내세운 것은 재정ㆍ통화당국이 우리나라 현 경제구조가 더 이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저물가)을 떠안게 된 한국 경제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바로 일본이 걸어 왔던 길이다. 실제 일본은 1990년대초 부동산 거품이 터진 뒤 적정 수준 물가 관리에 실패했고 경제 외형이 20년 이상 정체되는 저성장을 겪었다. 80년대 일본의 평균 경상성장률은 6.0%였으나 90년대 2.0%로 추락했고, 2000년대에는 -0.7%까지 떨어졌다.실질성장률이 정체 내지 둔화되는 상황에서 경상성장률을 중시하겠다는 것은 결국 물가 끌어올리기에 상당히 공을 들이겠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물가란 ‘관리하고 낮추고 억제해야 할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새롭게 정한 목표치(2%)까지는 ‘인위적으로라도 끌어올려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가 중기 목표인 2.5~3.5% 범위 내에 단 한 번도 진입한 적이 없을 만큼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됐다는 게 정부와 한은의 진단이다. 그러나 정부가 바로 전까지 소비진작 정책을 쓰다가, 이제와서 물가를 올리는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건설경기를 살린다고 빚내서 집사라며 대출을 풀다가 국민부채가 심각한 수준이 되자 또다시 대출요건을 강화시키는 오락가락 정책 등이 그 한 예이다. 집을 사라는 거냐, 마라는 거냐? 소비를 하라는 거냐, 아니면 그 반대냐? 종잡을 수가 없다. 국민은 돈을 많이 써 기업을 살리고 그래서 또 세금을 많이 걷겠다는 아주 편한 발상. 돈도 주머니에 있어야 쓸 게 아닌가?바람이 부는대로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국가정책은 누더기가 됐다. 경상성장율이라는 숫자에 매몰되 국민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 경제 전문가들을 보노라면 한숨만 나온다.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휘발(석)유 값에 60%의 세금을 물리면서 여기에 더 물가를 올리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세계적 불황에 국내경제를 살릴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긴축을 하는 게 옳다. 생산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며, 정부는 숫자가 아닌 진정한 국민행복을 위한 정책이 뭔지 고민을 한 다음에 정책수립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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