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는 경조사 각종 행사가 정말 많고 연락할 곳도 정말 많다. 그러다보니 몸은 하나인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특히 종편 티브이나 각종 SNS까지 섭렵하다보면 뭘 좀 생각해야지 하는 그 생각도 할 겨를이 없다. 호랑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호랑이 입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쓸데없이 바뿐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개인이든 국가 사회든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생각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 최근 화제가 되는 ‘산케이신문 보도국장 오보사건’과 박유하 교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 논란에 대하여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무엇이 잘못되어 본질은 어디로 가고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기현상이 나타났는지 살펴본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사건은 대단히 안타깝고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산케이신문의 가토지국장은 당일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하여 대단히 민감하고 자극적인 보도를 하였고 그것은 분명한 오보였다. 한국 풍토에서는 오보가 그리 대단한 잘못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언론사와 기자에게 치명적이다. 그러나 국내정치용이든 여론 무마용이든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무죄 선고는 전혀 엉뚱한 프레임으로 전환되는 결과를 낳았다. 가토지국장은 대형 오보라는 불명예를 쓰고 석고대죄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언론 자유의 수호신이라는 영웅으로 둔갑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을 언론을 탄압하는 후진국으로 몰아가면서 흐뭇해하는 형국이다. 우리 언론이나 여론 주도층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오보로만 몰고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문제의 본질과 국제적 규범을 두루 성찰해야 하는데 파르르 끓는 냄비가 되고만 것이 아닐까. ‘위안부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주제이다. 새해 88세가 되시는 필자의 모친은 이른 바 ‘처녀 공출’을 피하여 15세의 나이에 16세인 아버지와 급히 결혼하였다. 꼬마 신랑 신부였던 것이다. 당시 일제는 대대적인 환송행사로 학도병을 영웅시하면서 사지로 보냈다. 학도병이든 종군 위안부든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전시 대동원이라는 큰 틀에서 치밀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그 가운데 조선인 순사나 하급관리 업자 등이 일부 역할을 했다한들 제국주의 일본의 무한 책임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일희일비하여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국가권력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아베총리 등 일본 극우파가 원하는 함정에 스스로 빠지는 것이다. 이미 많은 일본 학자들이 학문의 자유라는 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제국주의자들의 책임을 성토해야 하는 장에서 한국의 학문의 자유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불이 옮겨 붙는 형국이다. 일본 극우파는 종군위안부 학도병 등에 대한 일본의 무한 책임을 일부 덜어버리는 과외의 소득은 이미 달성했다고 좋아할 것이다. 문제의 초점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책임을 구조적인 관점에서 더욱 집요하게 밝히는 것이다. 박교수 책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역사라는 관점에서 전혀 본질이 아니다. 이에 대한 논란은 하면 할수록 자승자박이고 제국주의자들의 책임을 경감하는 기제로 작용할 부작용이 생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과 입시는 스스로 생각하거나 토론을 통하여 문제의 본질을 밝히는 것을 장려하지 않는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오늘 무얼 배웠느냐’가 관심이다. 유치원 교육부터 초중등교육 과정까지 개인의 생각을 묻지 않는다. 질문을 하면 왕따가 되는 형국이고 그런 것은 대학에 가서나 하라고 한다. 이러니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은 도리어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답이 분명한 객관식 문제에 익숙하고 수능시험의 오답 논란이 상징적인 예이다. 서울대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해서는 이른 바 강의 내용을 달달 외워 그대로 써야 한다는 한탄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문제도 정형화되어있지 않고 정답도 없다. 그래서 기업은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기 때문에 심층면접도 하고 이른 바 스펙을 감춘 블라인드 면접을 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에서 30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회 갈등과 난제를 몸을 부딪치면서 해결해왔다. 비정규직법,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구미 불산 유출 사태 등이다. 문제가 생기면 매뉴얼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감사를 받는다. 세월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각종 사고나 기업의 장래는 매뉴얼로만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사고마다 다양한 특성이 있어서 순간적으로 매뉴얼을 응용하여 대처해야 한다. 애플 구글 샤오미와 경쟁하는 삼성, 전기 자동차를 두고 무한경쟁을 벌이는 현대차는 매뉴얼도 없다. 복잡다단한 현상을 잘 정의하여 창의적인 해법을 선도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는 인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두루 적용되는 것이다. 대화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 깊이 생각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해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에서 이미지나 제목만 보면서 세상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이미지를 통한 감성에 지배되는 것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프레임에 조정당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더라도 우리는 깨어있는 늘 반짝이는 등불로 살아야 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자 유일무이한 개개인이 소중한 이유이다(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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