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가난자인 거지 앞에서나의 가난을 자랑하기엔나의 가난이 너무 가난하지만신문지를 쫙 펼쳐놓고더 많은 국물을 위해소금을 풀어 라면을 먹는 아침반찬이 노란 단무지 하나인 것 같지만나의 식탁은 풍성하다두루치기 일색인 정치면의 양념으로팔팔 끓인 스포츠면 찌개에밑반찬으로 씀바퀴 맛 나는 상계동 철거 주민들의 눈물로즉석 동치미를 담그면 매운 고추가 동동 뜬다거기다가똥누고 나니까 날아갈 것 같다는 변비약 아락실 아침 광고하는 여자의 젓가락처럼 쫙 벌린 허벅지를자린고비로 쳐다보기까지 하면나의 반찬은 너무 풍성해신문지를 깔고 라면을 먹는 아침이면매일 상다리가 부러진다.◆시읽기=시간과 공간과 만물이 무한한 성장으로 순환하는 우주 속에 사람은 하나의 완전한 자립체다.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존재의 바람직한 목표일 것이다. 고통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갖게 한다. 물질을 원하는 사람은 물질을 모이고 덕을 원하는 사람에겐 덕이 모이는 인과법칙에는 어긋남이 없다.프로 가난자인 거지 앞에서 자랑도하지 못할 만큼 가난해서, 더 많은 라면국물을 위해 소금을 풀어 넣어 먹을 만큼 가난해서, 노란 단무지 하나뿐인 반찬에 신문지를 깔고 라면을 먹는 아침이지만 시인의 식탁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풍성하다. 시인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깨달음으로 시인의 시선이 자신보다 더 가난한 이들에게로 닿아 있음에 틀림없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두루치기 일색인 정치면과 스포츠면, 철거주민들의 눈물과 광고 속 여자의 허벅지 등등....만연한 자본주의 시스템속의 물질에 길들여진 삶이 아니라 영성이 깨어있는 사람이므로 가난하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자신 속에 온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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