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정치의 실패로 찾아오는 정치위기는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부르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실패를 야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은 몰려오는 경제와 안보위기의 먹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를 극복해야할 19대 국회가 산적한 경제 활성화와 민생 법안들을 정쟁으로 인해 해결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마감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허탈하고 분노케 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과반수를 차지한 새누리당의 지도력을 기대한 국민들은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는 식물화되었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외치는 지리멸렬한 야당과 원칙 없는 ‘법안 맞교환’에 신물을 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더 심각하게 우려되는 문제는 이러한 정치 불신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또 정치 불신의 골이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정치학자들에 의하면 현대 민주국가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는 근본적 원인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불신을 일으키는 장기적, 단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축적되어 일어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이론을 기초로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 불신을 불러온 요인을 분석해보면, 첫째는 기존 체제와 권위로부터 벗어나려는 강력한 태도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후기 산업사회가 되면서 탈체제중심, 탈권위주의 과정을 심화시켰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권위를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태도들이 현저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다원적 가치의 확산으로 정부나 정치권에 과거처럼 일관성 있는 호응과 지지와 성원을 보내지 않는 국민들을 용납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정치권의 엘리트들이 가진 역량이 부족하고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과거 정치권에 흡수되던 엘리트들이 현재는 비정치권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면서 정치 엘리트들이 비정치권 엘리트들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이념적 정치대결로 인한 갈등 때문이다. 과거 우리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주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선거부정, 난장판을 빚는 파행적 국회에 그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노무현 정부의 출범 이후 등장한 ‘1국가 2국민’ 체제를 방불케 하는 이념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점이 우리 사회에 김대중 정부의 등장과 함께 약화되어 가던 지역 갈등이 본격적인 이념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으로 또 다시 확산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게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진보(종북좌파)와 보수(우익) 진영 간에 양극화를 일으키면서 ‘1국가 2국민’ 체제를 고착화했다. 또 야권 내에서 일어나는 선명성 노선경쟁 때문에 더욱 여권과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치에 대한 가중되는 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이 ‘대결적 정치 구조’와 ‘국민과의 소통 부재’에 있다는 사실이 현실에서 증명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심한 갈등을 치유하고 봉합시켜 해결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되레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오로지 구태에 젖어 싸움만 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국민들이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결적 정치의 반복과 심화는 사회 갈등, 계층 갈등, 지역 갈등에서 발생하는 갈등 비용으로 인해 경제가 희망을 잃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했다.더욱이 국민들이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은 전술한 첨예한 적대적인 상황들을 각 정당들이 화합과 통합하려는 제도적 노력보다는, 국민의 안전과 복리증진을 외면하고 오히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 점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점이다. 정치경제학 분야의 수많은 서구 연구자들은 한 국가의 경제적 존망은 그 국가가 어떻게 사회갈등을 운영,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예로 1970년대 중반 이후 경험하게 되는 수많은 국가들의 경제적 몰락은 여타 다른 요인보다 극심한 사회갈등 때문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 어느 사회든지 갈등 없는 사회는 없지만, 갈등이 한 사회의 정치공동체를 와해시킬 정도에 이르면, 국가는 더 이상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만, 결국 이 모든 갈등을 불러오는 정치의 선택 문제로 돌아가면 여전히 자신의 지역적, 학연적, 그리고 연고적 관계가 정치인의 이념적, 정책적 거리보다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가 정치 지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는 한 요인이 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날 우리 대한민국은 무책임한 정치, 혼란의 정국이 결국 사회적 갈등을 방치하고 확산시킴으로써,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던 노동개혁과 같은 중요한 문제들을 제때에 해결하지 못해 그 결과로 경제에서 실패해 IMF 사태를 맞았다. 이러한 역사적 경로는 저무는 19대 국회에서도 다시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과 처방이 없어 희망이 없는가? 희망을 불러오는 대안과 처방은 오로지 전체와 미래를 보는 안목으로 국민의 영혼을 정화하고, 비전을 품게 하는 도덕적으로 결단력이 탁월한 정치인을 선택하는 길이다. 더불어 우리 자신이 정치공동체에 책임을 갖는 국민이 되어야 하고, 올바른 정치철학의 부재가 정치 불신의 근본적 원인임을 인식하는 정치인들의 언행과 태도에 도덕적 모범이 있어야 하며, 체제 이념으로 합의가 되지 않는 1국가 2국민 체제는 국가 건설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과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이념으로 사회 갈등을 극복하고 남북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결의를 더욱 굳게 하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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