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 이후 6년 10개월 만에 최저치인 37.65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 100달러 선과 비교하면 1년 만에 4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30달러대로 내려앉은 이후 38달러 선에 머무르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음 회의가 열리는 내년 6월까지는 현재 생산량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저유가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기름값도 계속 떨어지면서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448.76원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가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면서 ‘유가 30달러 시대’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신흥국의 경제가 악화되고 주력 산업의 수출 가격이 하락해 무역 규모가 줄어드는 등 우리의 경제가 ‘저유가 쇼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저유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내수경제 침체와 산업 경쟁력 약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조선과 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등 대규모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한 수출주도형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은 우리 경제의 뼈대와도 같다. 그러나 최근 저유가 기조는 우리 경제 기간산업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다.건설과 조선(플랜트) 등 수주산업은 저유가 지속이 치명적이다. 오일 달러가 감소하면서 중동 산유국이 플랜트 발주를 줄이고, 유가하락으로 채산성이 떨어지자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 플랜트 발주를 끊어 일감이 급감하는 탓이다. 저유가의 대표 수혜산업으로 꼽히는 항공과 해운업종도 최근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항공업은 여객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운항비용도 줄일 수 있어 좋지만, 공급 과잉에 빠진 해운업은 유가 하락보다 운임 하락이 더 커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원유 공급 과잉으로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최저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는 혜택을 받지만 한국 경제는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S 사태, 리비아 정정 불안, 러시와 터키 간 긴장 지속 등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역시 유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유가의 미래는 당분간 안갯속을 헤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