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복지사각지대를 꼽으라면 아마 노인빈곤과 자살이 아닐까 싶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 이상인 49% 가까운 노인빈곤율과 55세가 넘으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급상승하는 자살률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젊어서 피땀 흘려 열심히 일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주역들이 나이가 들어 부모를 모신 마지막 세대요 자식으로부터 버림받은 최초의 세대로 가난에 찌들어 생계걱정에 스스로 목숨을 팽개치는 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주소다.이러한 비극적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29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같은 목적의 사회적 기구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안까지 통과시켰다.그러나 지난 10월 말 시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구는 아직까지 구성에 관한 여야 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결국 노후빈곤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보다는 공무원연금법 개정내용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던 것이다.특별위원회와 사회적 기구의 구성이 심각한 노인빈곤과 자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큰 실망이 되고 말았다.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고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한국이 선진국 중 최악의 노인빈곤 문제를 안고 있는 이유는 공적연금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대다수 선진국과 심지어 남미국가들도 이미 20세기 초에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모든 노인들이 연금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공적연금은 이들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됐다.공무원연금이 60년에 가장 먼저 시작됐고 이어 63년에 군인연금이 그리고 73년에는 사립학교 교원연금이 만들어 졌으나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은 88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실시됐다.직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작된 국민연금은 95년에 농어촌지역으로 그리고 99년에는 도시 자영업자들로 확대됐다. 이렇게 늦게 공적연금 체제가 구축되다보니 2014년 현재 60세 이상 인구 중 노령연금 수급자 비중은 35.3%에 불과하고 평균 연금액도 월 33만 원에 그치고 있다.노인빈곤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기초연금이다. 2008년에 도입된 후 2014년에 개편된 기초연금은 그 대상이 65세 인구의 70%로 너무 넓은 반면 연금액은 월 10~20만 원으로 낮기 때문에 노인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그 외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으나 어느 선진국에도 존재하지 않는 부양의무자 조항 때문에 65세 인구의 6%만 혜택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그 결과 한국에서의 노인빈곤율은 2007년 45%에서 2013년에는 48%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추계하고 있다.노인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가 국민연금, 기초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3개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빈곤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기존제도들이 부실하기 때문이다.기존 노후소득보장제도의 문제점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 역시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예를 들어 65세 이상 노인대상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제도를 통합해 노인대상 공공부조제도를 신설하고 지원대상을 빈곤층으로 한정시키며 연금액을 최저생활을 보장해주는 수준으로 차등 지급한다면 노인빈곤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공적연금개혁은 어렵다고 생각해 이야기만 꺼내놓고 제대로 된 논의도 시작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여당은 노동개혁, 야당은 재벌개혁을 하겠다고 언성만 높이고 있다.많은 노인들이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을 방치하고 새로운 개혁을 하겠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으니 의아하고 한심할 따름이다.좋은 文學 경북지회장 박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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