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꽃은 제 가슴을 찢고 나와 핀다 꽃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절벽이다 온 산에 참꽃 핀다 여리디 여린 두엄 잎이 참 달다 출렁, 저 황홀한 꽃 쿠린내 모든 존재가 아름다운 건 꽃잎의 날보다 두엄의 날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어떤 황홀한 생의 순간도 한 발 더 나아가면 절벽이다. 한발만 헛디디면 절벽인 생을 견디는 것이 인생이다. 숱한 질곡을 견디고 삭히며 숙성되어 화엄을 이루는 것이 인생이다. 생의 두엄과 화엄은 우리 안에 존재하며 슬픔의 깊은 밑바닥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화음의 조각들이 있다. 제 가슴을 찢고 나서 피는 화음, 숱하게 피고 지고 다시 피고 지고......온 산에 참꽃 핀다 / 여리디 여린 두엄 잎이 참 달다. / 출렁, 저 황홀한 꽃 쿠린내!시인은 참꽃 위에 두엄과 화엄을 나란히 놓고 보았다. 구덩이를 파고 잡초와 낙엽 따위를 넣어 썩힌 퇴비와 만행과 만덕을 닦아 덕과(德果)를 맺은 그 화엄(華嚴)을 나란히 놓을 수 있는 것은 생의 숱한 질곡과 부단한 깨달음이 생의 화엄을 이루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쿠린내 나는 생의 두엄과 덕(德)으로 가득한 생의 화엄을 나란히 놓을 수 있는 것이 삶이고 시다. 삶의 두엄을 견디고 삭이는 것이 곧 화엄을 이루는 길이라는 절대공식이다. 모든 존재가 아름다운 건 꽃잎의 날보다 두엄의 날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