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바닥의 어떤 부분에 점이나 줄 등의 다른 색이 섞인 자국이 얼룩이다. 맑고 투명한 품성의 바탕 위에서만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얼룩의 속성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함, 노여움, 속상함, 서러움, 외로움, 두려움 따위로 시시때때 축축하고 어두워져서 그늘이 되고 얼룩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시인은 TV 화면 속에서 모자이크처리와 음성변조로 자신을 가린 채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울먹이는 울음처럼, 삶의 상처로 인해 안으로 스미는 울음의 속을 뒤집어 보면 끝물 같은 흐느낌이 묻어나올 것 같다고 한다. 두려움은 얼룩 속에 숨어서 자라나고 두려움을 먹은 얼룩은 화려해져서 얼룩을 입은 사람들로 세계는 번져간다고 했다.삶은 곧 사람이고, 사람이 얼룩이라는 객관적 정감이 인식의 재발견이라는 공감을 획득하고, 묘사와 형상화가 돋보이는 작법으로 낯설게 쓰기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태어남에서부터 비롯되는 삶, 유리처럼 투명한 아이에서 차츰 사연 많은 어른이 되어간다. 성장에서 성숙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견뎌야 하는지. 느끼는 부피나 강도는 제각각 다르지만 살아간다는 일이란 어쩌면 온통 얼룩덜룩한 자국을 누더기처럼 기워 입는 것일지도 모른다. 삶의 구비마다 스며들어 빼곡한 얼룩과 얼룩 사이에서 날마다 얼룩을 지우고 다시 얼룩이 되는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