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 더운 날씨에 건장마로 인해 가뭄 또한 극심했다. 이런 가운데 농민들은 피땀으로 대처하며 모든 걸 극복하고 쌀 풍년을 이뤄냈다.그러나 풍작으로 보람을 느껴야 할 농민들은 오히려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늘어 쌀값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생산량은 지난해 424만1천t보다 0.4% 증가한 425만8천t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쌀 소비는 큰 폭으로 감소해 2014년 1인당 쌀 소비량은 65.1kg으로 2005년보다 19.3%나 줄어들었다.쌀 소비부진으로 9월말 기준 쌀 재고는 적정규모 80만t을 넘어 136만t에 달한다. 여기에다 우리나라는 WTO 체제하의 의무수입 물량으로 해마다 40만9천t을 수입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이처럼 쌀 재고량 증가로 현지 쌀값은 바닥을 치고 있다. 쌀값 폭락은 당장 농가소득 감소와 농가부채 증가로 이어져 농심을 절망시킨다.이에 정부는 서둘러 수확기 쌀 수급안정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의문이다. 쌀 20만t을 매입해 시장 격리하는 등 올해 59만t의 쌀을 매입할 계획이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수확기 일시적 격리는 과잉재고만 심화시켜 향후 더 큰 부담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쌀 수급조절로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먼저 남아도는 쌀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수요처 발굴에 정책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쌀 가공 산업육성과 수입 쌀 사료용 활용은 물론 수출 활성화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호주, 일본, 홍콩 등 45개국에 1천992t, 471만5천 달러 상당을 수출했다.최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쌀 검역요건에 합의해 중국 수출길이 밝은 만큼 호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만 마련된다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국내 곡물 자급률이 24%에 불과한 상황에서 쌀값 하락으로 쌀 농가의 기반이 무너진다면 국내 농업전체가 흔들리게 된다.정부는 단기처방에 급급하지 말고 식량 안보차원에서라도 쌀 농가를 보호할 장기적인 대책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