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과 같이 생긴 산봉우리가 3만 6천개나 된다는 중국 계림의 이강은 산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 세외도원(世外桃園)은 복숭아 꽃이 만발한 가운데 물옥잠과 수련이 강물을 정화시켜 면경수 위에 뗏목이 노닐고 주변에 소수민족인 장족, 묘족, 와족, 동족의 춤과 노래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다. 중국의 유명한 시인인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桃花園記)란 책 속에 묘사한 정경을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해 왔던 이상 속의 세계로 여기며 이것을 세상 밖의 아름다운 정원이란 뜻으로 ‘세외도원’이라 부른다. 민속촌 비슷한 것이다. 가마우지를 이용한 고기잡이 모습, 낚시질 하는 모습, 전통적 방법으로 빨래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고 있다. 말로만 듣던 새 가마우지, 중국 계림 양삭에서 15km 떨어진 세외도원의 이강(離江)에서 처음 보았다. 대나무 뗏목을 탄 어부가 삿갓 모자를 쓰고 일곱 마리의 가마우지와 놀고 있었다. 색깔은 까마귀와 같고 부리의 윗부분이 아래로 구부러져 고기를 발견한 순간 바로 잠수하여 놓치지 않는다고 고기잡이 명수라고 한다.뗏목를 타고 있던 가마우지 어부는 갑자기 이상한 말로 호르라기 불듯이 소리를 질렀다. 가운데 있던 한 마리가 긴 날개를 펴서 날아가 잠수를 하더니 금방 한뼘 쯤 되는 붕어 한 마리를 물고 올라왔다. 어부는 줄을 당겨 가마우지 목을 들고 입에서 나오는 고기 한 마리를 잡아 그물 주머니에 넣고 날개의 물을 털어주었다. 가마우지의 목에는 줄이 메어져 있었다. 굵은 고기가 목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이다.어부는 사진을 찍으러 뗏목으로 건너오라는 시늉을 하였다. 한 사람씩 올라갔다.가마우지가 바로 손으로 날아와 앉았다. 그리고 날개를 활짝 폈다. 상해에서 계림으로 올 때 비행기 날개 같이 쭉 펴지는 것이었다. 잘 훈련되었다. 뗏목을 탄 일행은 하나같이 가마우지를 손등에 앉혀 사진을 찍고 우리 돈 2천원씩 건네 주었다. 어부는 꿩 먹고 알 먹고 기름기가 적어 물에 젖은 가마우지는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고 떨면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가이드에게 말했다. “가마우지가 너무 학대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나도 가마우지예요. 새벽부터 나와서 일해도 회사에서 주는 것은 없어요. 팁으로 살아요. 이 가이드가 차고 있는 회사의 목줄과 가마우지 목줄은 똑 같아요”라고 대답했다.발과 모가지에 줄을 메고 명령에 따라 온 몸을 곤두박질하고 살아야 하는 가마우지, 많은 날짐승들이 창공(蒼空)을 날아 갈 때 자유롭게 유영(遊泳)하는 우둔한 어족을 노략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의 가마우지, 일렁이는 푸른 물살 사이로 날선 태양이 빛살처럼 쪼일 때 예리한 창검(槍劍)으로 내가 살기 위해 남의 생명을 타살(打殺)해야 하는 슬픈 부리를 가진 가마우지의 일생, 인간들을 위해 평생 낚시를 하고, 자신의 분뇨마저 질소 비료로 쓸 수 있게 만든 다음 외롭게 죽어 가는 가마우지들의 묘지가 우리들 마음 어딘가에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곳 어부들은 가마우지들이 숨을 거둘 시간이 오면 술잔을 들고 가마우지들의 마지막을 지킨다고 한다. 가마우지와 어부는 그들이 함께 한 강물을 내려다보며 함께 술을 마신다고 한다. 가마우지가 없었다면 어부의 삶은 곤궁을 면치 못했으리라. 이 가난한 어부를 위해 가마우지는 고통스러운 노예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노역을 통해 어부의 집안을 넉넉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부가 부어 준 마지막 술을 마시며 가마우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어부의 눈에선 비로소 눈물이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목줄에 매여 눈을 껌벅거리는 가마우지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삿대를 젓는 노인은 씩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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