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에게 가네그리고 이제 그대의 말을 믿지는 않으리해마다 매화 피고 억새가 마르고 하는 일들은 차라리 정직한 일이라네다만 우리의 희미한 인연 때문에,혹은 그 자리에 그대 있기에 내 지금 말없이그대를 바라보며 가리니.▲시의 산책로-인연이란 질긴 것인데 남녀 사이는 미묘하여 가히 진로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루에도 수없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사람 마음인 것을 미루어, 사람이 그만큼 변덕스러운 존재임을 증명한다. 허나, 자연은 정직하여 초목은 늘 그 자리에서 때가 되면 피고 질 뿐이다. 온전한 사람이란 있을 수 없기에 사람의 존재가 추락하듯 부끄러워진다. 사람 사이를 차가운 논리로 설명하는 일은 다소 위험이 따른다. 우리는 정(情)에 이끌려 사람 사이를 쉬이 단절해버리지 못하고 매번 다가서는 일을 반복한다. 저마다의 ‘그대’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