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 연변의 기적을 일궈낸 박태하 감독이 포항을 찾았다. 박태하 감독은 갑급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던 연변FC를 50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고 16년 만에 1부리그 승격하는 신화를 이룩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꿈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간 박태하 감독은 연변영웅으로 우뚝섰다. 흥미로운 점은 연변FC의 기적을 만들어낸 지휘자가 포항스틸러스의 역사의 한 축이라는 것. 1991년부터 2001년까지 포항스틸러스 선수로 활약한 그는 `포항스틸러스가 가장 사랑하는 영웅`이다. 선수 은퇴 이후 2005년 첫 지도자의 시작도 포항스틸러스 코치로 함께했다. 현재도 포항에서 살고 있는 그가 이틀간 포항에 머문다는 소식을 접했다. 연일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닌 박태하 감독을 지난 7일 포항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우승 축하드린다. 성공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환경보다는 선수들이 갖고 있는 기량으로 충분히 경쟁력 있겠다 판단했다. `좋은 느낌`이 들었고 결정을 하고 나니 `해보자`라고 결심했다. 일반 지도자들이 보기엔 `무모한 도전`일 것.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일궈낸 결과기에 더욱 값지다. 사실 결과가 좋아서 그렇지 제 지도방식이 정답은 아니다. 선수들이 재밌어하면 많은 걸 끌어낼 수 있고, 그만큼 효율적으로 팀을 만드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저 혼자만이 아닌 선수들 땀과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다. 그 뒤에는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 팬들의 열렬한 성원 등 모든 것이 하나되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한다.△ 현재 연변 분위기는. 자랑 좀 해달라. - 막말로 사람들이 축구에 미쳤다. 정말 축구를 좋아한다.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과 같이 할머니가 자신의 생활비 절반을 건네는가 하면 20년 경력의 사진기자가 바닥에 절을 하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팬들이 만들어준 감사패를 한국에 다 들고오지 못해 아직 중국에 한가득이다. 최근 중국에서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중국에서 단 3명뿐이란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올해는 한걸음 한걸음 오다 보니 선수들이 큰 일을 했다. 작년 관중 2~3천 명인데 지금은 3만 명으로 꽉 찬다. 2부 리그에서 꽉 찬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 중국 또는 한국의 타 구단 제의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향후 포항에 지도자로서 올 생각은.- 1년 동안 있으면서 선수들한테 정도 많이 들었다. 결과가 좋아서 그런진 몰라도 연변팬들이 워낙 많은 사랑을 줬기 때문에 쉽게 떠날 수 없는 상황. 더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을 데리고 세계가 주목하는 슈퍼리그에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포항은 의미가 남다르다. 고향(영덕) 근처인 포항에서 프로를 시작하고 끝냈으며 또한 지도자 생활의 첫 발을 내딛었다. 형연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 있는 팀이다. 타이밍이 맞으면 몸담고 싶은 생각은 항상 갖고 있다. △ 포항에 대한 생각은. - 포항스틸러스는 한국의 클래식에서 항상 경쟁력을 갖고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좋은 팀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고. 지난해 외국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더 욕심이 나는 것은 사실. 더 좋은 선수를 데리고 와서 조화를 맞춰보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조합해보니 잘 안되고. 축구가 그만큼 어렵다. 지금 상황에서 황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게 가장 좋은 것. 축구가 특히 프로구단은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감독의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 앞으로 일정과 목표는.- 휴가인 한 달 동안 선수 영입 문제 등으로 일본, 홍콩 등 해외로 많이 다닐거 같다. 다음 시즌 초반 원정경기에서는 승점을 갖고 올 수 있는 경기를 펼칠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만들어내야 홈에 돌아와 분위기를 끌고 갈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은 중국이 갖고 있지 않는 조선족 특유의 뭔가 있다. 근성이랄까. 기술도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체력은 조직력으로 커버할 것이다. 올 시즌 부상 선수가 한 명도 없다. 부상자 없이 끝냈다는 것이 사실 성적낸 것 만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