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밭의 푸르름이 푸른 하늘에 섞이면서대숲의 바람소리는 물소리와 섞인다.강물은 하룻길이 천리만리 흘러갔는가.백년한(百年恨)의 슬픈 번민을바람에 띄우고 물에 띄우고대밭에서 신선담을 할거나, 대나무와 선문답을 할거나.하루를 마감하는 황혼보다 앞서서마을은 등불을 내걸고천리만리 먼 길에 못 돌아올 이를 기다리는가.두견새 피울음이 밤새 이어진다.◆ 시의 산책로- 어디에 가더라도 한(恨)과 번민이 질기도록 따라다닌다. 푸르른 하늘과 맞닿은 대나무들이 바람의 물결로 서걱거리고, 이어 약속이나 한 듯 고독을 일깨우는 바람도 덩달아 불어온다. 하루하루의 저녁이 다가와도, 인생의 황혼이 찾아와도 우리네 삶의 무게는 한결같기만 하다. 밤을 흔들며 우는 두견새의 울음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음도 우리가 사람의 옷을 입고 때문이다. 시인은 천형(天刑)으로, 분명히 이 시의 화자(話者)와 함께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