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지키며 살면 손해 보는 나라, 법을 안 지켜도 돈 있고 권력 있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나라, 정부비판하면 사회 부적응자 되는 나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하면 욕심 부린다고 질책 받는 나라, 내가 못사는 건 내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나라, 나라가 위기일 땐 서민들이 희생해야하고 서민들이 위험할 땐 아무도 희생하지 않는 나라 등등. 요즘 유행하는 블랙유머 ‘헬조선’을 표현하는 문장들이다.정부와 사회에 대한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불신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단어와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미국에서도 ‘OJ심슨 사건’같은 어이없는 판결이 일어나는 등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도 이런 비민주, 비이성적 행태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아마 사회체제의 문제라기 보단 인간이란 생물의 사고에 잠재한 비이성적, 자기 모순적 DNA 때문이 아닌가 한다.합리적이고 싶어 하지만 비합리적인 인간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니 아무리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회체제라도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빈틈이 자꾸 커지면 사회체제가 무너지게 된다. 이는 나라의 멸망으로 볼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국민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유지ㆍ발전시키는 업무를 맡은 사람들은 이런 빈틈을 메우면서 사회를 키워야한다. 이런 빈틈 중 하나가 ‘제대군인 문제’이다. 군인은 국방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사회의 빈틈이 나라를 안으로부터 망하게 하는 암세포라면, 국방에 대한 위협은 밖으로부터 망하게 하는 칼날이다. 그런 의미에서 군인의 의무는 결코 가벼울 수 없다. 의무에는 권리가 있음은 당연하다. 기존에는 군인의 의무에 대한 금전적인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이 권리의 전부라 생각했지만 요즘은 제대 후 취업문제 같은 좀 더 현실적인 문제나 존경 받는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명예문제도 중요해지고 있다. 부패군인들의 비리사건 또는 기강해이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군인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군인이 그렇지만은 않음을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군인의 가장 큰 장점인 목적성과 단순성은 어느 조직이나 필요한 마인드이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정확한 지시만 뒷받침된다면 어떤 사람들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목적을 달성할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써먹지 않은 것은 사회적으로도 손실이기도 하다.조국인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되는 건 싫다. 사회 부조리와 비리에 대한 야유를 보내는 것은 좋지만 그 상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욕만 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무언가를 개선하려면 항상 첫걸음이 필요한 법이다. 제대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재고와 그들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 그것을 첫걸음으로 삼아도 좋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