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발표한 후 정치쟁점으로 번지면서 날선 공방만 난무하고 있다.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선대의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것이라고 날을 세우고, 김무성 대표는 아이들에게 김일성 주체사상을 미화하는 교육을 시키는 건 역적행위라는 등 여야 지도부도 극단적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야당은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도 교과서국정화를 꺼내겠다고 예고했다. 지금 상태라면 기존 역사교과서를 보완하고 미래지향적 가치를 담은 고품격 교과서가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가 22일 청와대에서 만났다.박 대통령이 지난 3월 김무성, 문재인 대표와 3자회동을 한 이래 7개월 만이었다.어쨌거나 여야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김무성, 문재인 대표의 가족사까지 들먹이며 진흙탕 싸움을 벌여온 상황에서 대화정치가 복원된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다.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만남치고는 실망스럽게도 합의는 고사하고 공동발표문 조차 내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핵심쟁점인 교과서 문제를 놓고 30분 넘게 격론을 벌였지만 한치의 공감대도 합의점도 찾지 못해 회담의 의미기 크게 퇴색됐다.박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위해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반면 문 대표는 국민은 국정교과서를 친일 독재미화 교과서라 생각한다고 해 인식차이만 드러냈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또한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노동개혁법안과 내년도 예산을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야당은 국제의료지원사업 법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처리에만 동의해 민생회담을 하겠다던 다짐을 무색하게 했다.박 대통령 역시 차세대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김관진 안보실장, 한민구 국방장관을 문책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표의 요구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아 불통비판을 들어야 했다.이번 회담은 정치권이 교과서 블랙홀에서 벗어나 시급한 국정현안을 매듭짓고 내년 총선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그러나 1시간 48분간 각자의 자기 할 말만 한 끝에 아무 결실 없이 끝나 차라리 만나지 않음만 못한 회담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