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은 세월 속에 기다리고 또 기다려 드디어 만나게 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애달픈 장면들이었다.금강산호텔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측에서 간 가족과 북측의 가족들이 만나 상봉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1년8개월 만에 이루어진 이번 상봉은 극적인 8. 25 남북합의에 따라 가까스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더욱 간회가 새로웠다.이번 만남은 지난 2000년 8. 15를 시작으로 20회를 맞았다. 그동안 4천500여 가족 2만2천700여명이 상봉의 기쁨을 가지게 되었다.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통일부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남북 상봉신청자 13만409명 중 49%인 6만3천921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6만6천488명만 생존해 있다는 것이다. 생존자 중 70세 이상이 81.4%에 이르고 있다.사망자 숫자가 생존자 숫자를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식의 찔끔찔끔 만남으로는 상당수 신청자가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한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다.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항상 미흡한 이산가족상봉 숫자가 온 국민의 가슴을 애태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광복70주년 경축사에서 북한에 전체 이산가족 명단교환과 금강산면회소를 이용한 수시 만남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상봉희망자 명단을 일괄 교환한 뒤 남북이 대대적으로 상봉가능자를 찾아 금강산에서 수시로 서로 만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이산이라는 비인도적인 상황을 해결하는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북한의 처지로 현실은 여전히 안타까움만 더해주고 있는 실정이다.이산가족 명단교환과 수시만남 등 가족의 끈을 이어줄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조치인 서신교환과 생사확인 역시 남북간 의제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박 대통령은 8월 경축사에서 이산가족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 당국은 더 자주 만나야 한다. 서로 만나야 믿음이 쌓이고 신뢰가 쌓여야 꼬여있는 문제의 매듭도 풀 수 있고 건설적인 대화도 할 수 있다.이산가족 문제는 남북 현안가운데 가장 인도적이며 엄중한 과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협상카드로 이용하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