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도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인간은 현실에서 늘 한계를 절감하며 살아가게 된다. 의식을 갖고 있기에 매순간 느끼는 무력감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당연할 수도 있다. 사랑과 열망을 잃고 나서 빈집을 잠그며 길을 나서는 자의 심정은 어떠할까? 생각해보기도 싫을 만치 슬픔은 북받쳐 오른다. 현실 문제를 품고 고민을 하기에는 청춘의 하룻밤도 짧다. 떠날 때가 되어 정든 것들과 추억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리지만 슬픔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차 무엇이 희망이 돼 줄 것이며, 또한 무엇에 희망을 걸어야 할까? 이 의문과 숙제는 일생을 따라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