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이태헌기자] 계명대 행소박물관에서는 500여 년 유교적인 이념체제에서 조선 왕실을 지키는데 한 축을 담당한 여인들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조선 왕실의 여인’특별전을 지난 14일부터 12월 19일까지 개최한다. 국립고공박물관 순회전시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특별전은 116점의 그림, 유물, 서신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사대부 명문가의 딸에서 조선 왕실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세 차례에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간택을 통과하게 되는데 육례라는 복잡한 가례를 올림으로써 한 나라의 국모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왕비는 왕실의 어른들을 섬기고 궁중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원자를 낳아 대통을 잇게 해 왕실의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조선 왕실 여인들은 합법적으로 정치 일선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조선 왕실의 최고 연장자가 됐을 때 후계자 임명과 수렴청정 등을 통해서 정치적인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유교적인 여성관이 팽배한 조선의 왕실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왕비와 후궁 등 여인들 삶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과 영상들이 전시된다. 이러한 유물들을 통해 왕실 여인들 각자의 소임과 역할을 다하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왕실 여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황태자였던 순종과 황태자비 순정효황후의 혼례 행렬을 그린 빈차도와 경종비 선의 왕후 세자빈 책봉 죽책ㆍ옥인ㆍ교명은 세자빈을 향한 교훈과 경계의 글이 담겨있다.또 명성황후가 주로 가까운 인척에게 보낸 한글편지는 화려한 색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목판에 문양을 새겨 찍은 것으로 당시 정치적인 이야기 속에서 명성황후의 심경이 잘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한편, 계명대 행소박물관은 2004년 개관해 2천여 점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영박물관 대구전, 중국 국보전, 헝가리 합스부르크 왕가 보물전 등 대규모 전시 행사도 자주 열어 시민들의 문화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