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었던 시간은 4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400시간보다 더 소중하고 보람됐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포항 영일고등학교 목욕봉사 동아리 ‘향기’의 회원인 김동영(1학년) 학생의 목욕봉사 소감이다.
‘향기’는 한 달에 두 번 포항시 남구 이동온천스포렉스(대이동 소재)에서 오후 1시~5시까지 향기마을의 중증장애인들에게 목욕을 시켜주는 ‘목욕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동아리가 결성된 데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더불어 서정윤 교장과 김선경 지도교사의 각별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평소 정기적으로 향기마을(북구 흥해읍 소재)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온 서 교장은 학생들이 맨몸으로 부딪히는 봉사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찾고 참된 봉사의 의미를 깨닫길 바라는 뜻에서 동아리를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율적인 동아리’이기에 김 교사는 최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되, 장애인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학생봉사자의 수칙을 정했다는 것.
동아리 결성에 이어 이재권 이동온천스포렉스 대표가 목욕탕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향기’ 동아리는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으나 학생들이 ‘옷 벗기’라는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목욕봉사를 위해 옷을 벗는다는 것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가로막고 있던 벽을 허물고 진심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하지만 사춘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목욕을 시켜주기 위해 옷을 벗는다는 것은 남녀 불문하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이로 인해 여학생들은 봉사활동 첫날부터 목욕탕 손님들의 항의로 목욕을 시키지도 못한 채 탕 밖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김 교사는 강요하는 대신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한편 서 교장과 함께 학생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격려했다.
비록 학생들 사이에서도 옷 벗기에 대한 의견이 나뉘어 하나의 ‘과제’로 남아 있지만 이러한 고민과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등을 배우며 참된 봉사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한편 올해 9월에 결성된 ‘향기’ 동아리는 지금까지 총 세 번의 봉사활동을 펼쳤으며, 오는 17일 여학생들은 두 번째 봉사활동을 앞두고 있다.
따뜻한 온기와 아름다운 향을 품은 ‘향기’ 동아리 학생들은 10년, 20년 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여느 노랫말처럼 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람들로 성장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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