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앞인데 낯설만큼 한산한 포항 죽도시장
철강경기 침체로 지역 전체가 불경기…부담도 커
상인 “추석이 코앞인데 주말보다 못한 상황이다”
[경상매일신문=김놀기자] “올해 들어 수입이 크게 줄었는데도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장볼 엄두가 안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도 다 옛말이야.”
추석 차례상 준비를 위해 죽도시장을 방문한 시민 강모(여ㆍ62)씨의 하소연이다.
22일 오전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인 포항시 죽도시장을 찾았다.
죽도시장 안에서 퍼지는 고소한 전 굽는 냄새와 먹음직스러운 송편은 추석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그러나 추석 연휴임을 생각하면 오히려 낯설 정도로 한산한 죽도시장에서 명절을 앞둔 전통시장만의 들뜬 분위기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는 오랜 철강경기 침체로 포항지역 전체가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명절 준비에 대한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시장과 건어물 시장을 제외하곤 한산했다.
그러나 어시장 역시 대부분의 시민들이 가격을 묻고는 비싸다는 말과 함께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사정은 과일, 의류 시장 등과 다를 바 없었다.
한 아주머니는 커다란 문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며 가격을 물었지만‘16.5kg에 35만 원’이라는 가격을 듣고 아쉬운 표정으로 5만 원짜리 손바닥만한 문어를 구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심에도 상인들 역시 예상했던 반응이라는 듯이 별다른 내색 하지 않고 다른 손님들을 맞이했다.
생선 상점을 운영하는 윤모(여ㆍ55)씨는 “생선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다른 제품의 물가 오르다보니 손님들이 전체적으로 비싼 느낌을 받은 것 같다”며 “IMF 때도 불경기를 몰랐는데 추석을 불과 닷새 앞두고 주말보다 못한 상황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상당수의 상점이 매출 감소를 예상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반면 폐백집의 경우 차례상 세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추석 전 쉴새 없이 밀려드는 예약으로 분주했다.
예약자 윤모(여ㆍ32)씨는 “직접 제수용품을 준비할 경우 최소 30만 원, 많게는 50만 원까지도 드는데 차례상 세트 비용은 25만 원이다”라며 “돈도 아끼고 가족 모두가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추석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구매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 같은 한산한 분위기에 대해 아직 제수용품을 구매하기에는 이른 시기이기 때문에 좀 더 두고 봐야 된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최근 들어 포항 문어가격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5kg이 넘으면 kg당 3~4만 원 선이다.
사과와 배 가격은 개당 보통 6~8천 원 선으로 보름 전보다 50% 정도 올랐다.
다른 제수용품도 대부분 올라 수입 산을 찾는 주부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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