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격권의 최전방인 서북 도서 백령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6여단 소속 장우민(23) 병장은 지난 24일 만기 제대로 전역신고까지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육지행 배를 타려고 하였으나 다시 부대로 복귀했다. 장 병장은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대로 전역하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다”면서 “해병은 적지에 전우를 두고 오지 않는다는 전통이 있다. 해병이니까! 전우들과 함께 끝까지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한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 ‘명예해병’인 필자는 나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 감격을 느꼈다. 백골부대로 유명한 육군 3사단 조민수(22)ㆍ안동국(22)ㆍ이준(23) 병장 등 7명은 “최전방 부대서 단 한 사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적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역연기 요청 이유를 밝혔다. 육군 15사단 최전방 GOP대대에서 근무하던 강범석(22)ㆍ조기현(23) 병장도 전역연기 요청을 하였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21개월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한 GOP 전우들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면서 “부상당한 전우를 보며 분노를 느꼈다”고 하였다. 육군 5사단 문정훈(24) 병장은 “지뢰 도발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을 용서할 수 없다”면서 끝까지 싸워 이기기까지 전역을 연기하였다는 것이다. 육군 7사단 전문균(22)ㆍ주찬준(22) 병장은 전역기념 제주도여행을 위해 항공권까지 예매하였는데 취소하고 잔류하기로 하였다. 7사단 정비대대 계현국(22) 하사, 26사단 12사단 방공대대 김진철(30) 중사, 26사단 윤지민(24) 중사 등 부사관들도 모두 전역을 연기했다. 심지어 결혼식까지 연기한 11사단 소속 김현태(24) 하사는 남북 대치상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9월 12일로 결정된 결혼식을 미루고, 전역 연기를 요청함으로 이미 예약한 예식장비와 하와이 항공권 등을 취소하지 않을 수 없어 위약금 200만 원을 배상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이들 외에도 전역을 연기한 장병은 87명이다. 비단 현역병에 한해서만 아니다. 이미 군을 떠나 사회생활을 하는 예비군들이 분기탱천하였다. 나라가 부르면 바로 달려가겠다면서 군복과 군화를 정돈해놓고 ‘불러만 다오’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너도나도 전선으로 가겠다는 아우성이 휴전선을 넘어 북한 땅을 휘몰아쳤다. 1964년 6월,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에 전쟁이 일어났다. 그 유명한 ‘6일 전쟁’이다. 당시 이스라엘 인구는 350만 명 정도, 상대인 아랍 국가들은 1억 명 정도의 인구를 갖고 있었으며, 주력부대인 이집트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중동의 맹주였다. 누가 보아도 승패는 불문가지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되었다. 2천년 만에 세운 나라를 지키겠다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결의도 대단했지만, 더 놀라운 진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이스라엘 민족들이 전쟁이 일어난 조국을 위하여 한 목숨 아끼지 않겠다는 지원병이 몰려들었다. 그때 우리는 그 이스라엘 민족들의 조국애를 얼마나 부러워하였던가! 전쟁이 일어나자 아랍 국가들의 지도층 자녀들은 너도나도 외국으로 도피하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장에 스스럼없이 종군하겠다는 용기가 가능하였을까? 하는 의문을 갖기도 하였다. 이번 DMZ 지뢰폭발 사건은 그간에 일어났던 남ㆍ북간의 대치상황과는 양상이 사뭇 달랐다. 박 대통령의 불굴의 의지도 확고하였지만, 돌출행위에 이골이 난 김정은의 예측 불가한 행위가 전쟁을 불러올 가능성은 더욱 높았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의 용기도 놀랍지만, 예비군들, 즉 국민들의 나라사랑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반석이 되고 있으며, 우리가 그렇게 부러워하던 이스라엘 민족의 그 조국애를 능가하는 힘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자존심이었다. 전역 연기 때문에 결혼식을 미룬 김현태 하사의 예식장비와 하와이 항공권, 호텔 숙박비 위약금 20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동아일렉콤 이건수 회장’, 전역 연기 의사를 밝힌 전 장병들을 모두 특별 채용하겠다는 SK 최태원 회장의 선언은 인정이 메말라 가는 오늘의 세태에 가뭄에 단비처럼 다가왔다. 필자는 이글을 쓰면서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의 이름에 (연령)을 첨부하였다. 우리 사회는 20~30대의 젊은이들의 국가관, 이념문제에 상당한 염려를 하였다. 왜? 그들이 ‘전교조 세대’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필자는 시론의 제목 부제에 - 전교조 세대의 반란 - 이라고 하였다. 우리 어린 학생들을 빨치산 추모제에 동원시키고,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좌편향 교육을 하였지만 이번 일련의 사태에 대처하는 젊은이들의 애국심, 조국애, 사명감 등의 생동하는 현장을 보면서 자랑스럽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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