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쌍림면 이용호씨 삼촌이 20년전 주운 철괴 기증
고대 제철기술 복원에 중요한 학술적 가치 있을 것
[경상매일신문=김은규기자] 고령군 쌍림면 용리에서 취득한 철괴가 20년만에 대가야박물관 품으로 돌아왔다.
용리제철유적에서 찾은 철괴(10.1kg)는 전통제철의 맥이 끊어져 버린 한국의 고대 제철기술을 복원하는데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1월 25일 대가야박물관 학예연구팀은 고령군 쌍림면 용리에서 고령군 관내에서 처음으로 고대 철생산 유적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용리 제철유적에서는 철광석을 녹이는 제련로(製鍊爐)의 잔해인 노벽편(爐壁片)과 제련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순물인 슬래그(철재 鐵滓), 철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鐵鑛石) 등이 확인됐다.
특히 일본의 전통 제철인 다다라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작은 송풍구(送風口)가 확인 됐다.
그것은 한국 고대 제철유적에서는 확인된 바 없는 것으로 대가야박물관에 전시됨에 따라 당시 고령 용리 제철유적의 발견은 대가야의 철 생산을 밝히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그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고령군 문화유산 해설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용호 선생(63ㆍ쌍림면 합가리)이 길이 38㎝, 너비 24㎝, 두께 13㎝ 정도의 크기로서 무게는 10.1㎏되는 제법 크고 무거운 철괴(鐵塊) 하나를 들고 박물관에 기증했다.
못생긴 녹덩어리 하나가 가지는 학술적 가치와 의미는 매우 크다.
지금은 알 수 없는 고대 제련로의 규모와 구조를 복원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면 용리 제철유적에서 사용한 제련의 원료가 사철인지 철광석인지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단계의 품위(品位)를 가진 철을 생산할 수 있었는지 제철기술적인 측면의 검토도 가능하며, 철괴의 표면 곳곳에 동물의 뼈로 추정되는 흰색 물질이 미처 녹지 못하고 그대로 박힌 흔적이 있는데 이를 분석해 만약 동물뼈나 석회질 물질로 밝혀진다면 이 또한 매우 흥미로운 증거가 될 전망이다.
이 철괴는 오래 전(20여 년 전)에 이용호 선생의 삼촌 이재곤 옹(68) 대구시 대명동 소재 고령군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쌍림면 용리로 출장을 갔다가 발견해 주워온 것이다며 주민들이 시부리터(쇠부리터), 무시골(무쇠골)이라 부르는 돌너덜에서 주웠다는 것.
이용호 해설사의 지역 역사 문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며 자칫 볼품없는 녹 덩이로만 여겨 망실하기 쉬운 물건인데 이를 기억해 집안 구석에서 다시 찾아내 문화재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하겠다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대가야박물관에서는 절차에 따라 이 철괴를 기증 받아 차후 연구 및 분석 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전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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