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喪家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신고 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시 읽기◆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 밟히고 짓밟는 구두, 밟히고 짓밟는 사람의 관계는 亡者와 亡者 앞에서야 만 끝이 난다. 누가 만든 구두인가? 누가 신긴 구두인가?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정리가 되지 않는 喪家의 구두들... 주검 앞에서도 먹어야 하고 살아야 하는 구두들, 어떻게든 꿰신어야 하는 구두들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먹고 싶고, 가지고 싶고, 잠자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탐하고 싶은 慾이 있고, 慾에서 비롯된 욕심을 때문에 기쁘고, 화가 나고. 슬프고, 즐겁고, 사랑하고,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별을 보면서도, 언젠가는 北天에 별자리 하나를 더 늘이게 될 것을 알면서도 삶이 있는 동안은 신을 수밖에 없는 구두, 구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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