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조봉현기자] 8월 하고도 중순 한낮은 여전히 뜨겁다. 덥다고 처져있기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되는 영주의 여름 끝, 작고 아담한 사찰을 찾아 발걸음을 옮겨보자. 자연 그대로가 청명함을 더해주는 영주시 휴천3동 도심 속에 자리한 대한불교 조계종 남산 ‘법성사’ 도량에서 누구나 다가설 수 있는 ‘나’ 자신만의 하심으로 길은 통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기만의 성찰로 걸어나갈 때 노스님의 화두는 시작된다. 새벽 공기를 가르면서 도심 속 작은 산사를 휘감는 고요함과 적막감. 그리고 도량석과 28번의 범종소리에 뭇 생명들이 조금씩 꿈틀거리며 어둠은 걷어지고 있다. 먼발치 해무와 함께 밀려오는 작은 암자 법성사의 노승은 오늘도 범종소리와 함께 새벽을 연다. 먼저 ‘자기 자신의 수행이다’를 되뇌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 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 안의 ‘나’라는 존재의 망상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수행 중인 이곳 노승은 어느덧 속세를 버리고 수도 정진을 30년 넘게 수행 중이다. 그가 바로 법명처럼 항상 밝고 얼굴에 미소가 잔잔한 ‘청호스님’이다. 부족하나마 머릿속에 없는 이해력까지 짜내보면 결국은 깨달음이란 자기 자신부터 나온다며 항상 불법을 전파하는 청호스님은 석가모니가 왜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쳤는가를 쉽게 설명한다. 유일무이한 존재를 인식하란다. 기자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감이 서질 않는다. 청호스님은 다음과 같이 보충 설명을 해주셨다. ‘자기 자신의 삶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다.’ 또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하루라도 빨리 치유하지 못하면 극과 극의 대치로 잘못된 사고방식으로 인해 아무런 대안제시 없이 이론적 접근을 버리고 원칙과 신념이 존재하는 그런 국가가 필요하다. 두 시간이 넘는 스님과의 대화(사실은 가르침)는 기자의 가슴에 많은 것을 남겼다. 배려와 용서하는 마음으로 좀 더 중생들을 위한 참다운 기자가 되어달라는 노스님의 따뜻한 화두는 지금까지도 가슴 속 깊이 새겨져있다. 청호스님은 안동시 길안면에 소재한 천년고찰 ‘용담사’에서 기도정진 하다 16년 전부터 이곳 법성사에 오셔서 지역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진리를 전파하고 있다. 혼탁한 우리사회에 빛과 같으신 청호스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수일 내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면서 스님과의 합장으로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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