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지나온 벤치, 누군가 신문지 덮고 누었다. 긴 몸 가운데 쯤 불쑥 솟아올랐다. 아하! 빗자루질 하다 말고 빙그레 웃었다. 이때 모차르트 피아노 한 소절이 따라 나와 벚나무 무성한 잎새 사이로 까망 하양 건반을 번갈아 밟고 내려오는 붉은 햇빛처럼 아침이 즐거워졌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신문지 미끄러지며 긴 수염, 백발 그리고 짧은 탄식이 한꺼번에 맞닥뜨린 뒤
나는 이제 모차르트 선을 따라 천국에 가지 못할 것임을 안다.
이네, 부러, 당신을 모른 척 했기 때문이다.
◆시 읽기◆
남자의 몸 가운데가 불끈 솟아오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인은 공원벤치에 신문지를 덮고 누운 남자의 몸 가운데가 불끈 솟아오른 것을 보며 빙그레 웃는다. 빗자루 질을 하다 말고 모차르트 피아노 한 소절 같은 즐거움을 상상하다가 그만 짧은 탄식을 하게 된 것은 신문지가 미끄러진 순간이다. 새벽부터 몸 가운데를 불쑥 세운 그 남자는 긴 수염, 백발의 남자다. 공원벤치에서 밤잠을 잔 남자라면 노숙자거나 불우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시인은 불우한 사람을 일부러 모른 척 했기에 당연히 천국에 가지 못할 것임을 안다고 한 것이다.
이 짧은 순간의 간단한 이야기로 사람의 얼굴이라는 제목을 썼을까?
주제를 드러내지 않는 객관적상관물의 형상화와 함축이 시의 매력이다. 이 시의 숨겨진 비의는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있다.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첫인상은 물론 풍기는 외모의 아름다움의 힘 또한 대단함을 부정할 수 없다. 사람들은 고급 승용차에게 관대하고, 잘 갖춘 옷차림과 외모, 호남과 미인에게 관대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외모의 아름다움이 능력과 성격, 대인관계, 결혼, 승진, 여가 등의 개인 생활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참여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탓에 성형과 몸만들기 열풍인 외모지상주의가 우리나라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물론 외모의 아름다움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물이 나무를 살리는 것이다. 내면이 충실하지 못한 외모는 단순한 겉치레일 뿐이다. 겉치레의 아름다움은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다. 불혹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은 외모만큼의 내면과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안과 밖이 아름다워야 참다운 아름다움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觀相보다 心相이 우선이다. 내면을 어떻게 가꾸어 가느냐에 의해 자신의 얼굴이 바뀌어 가는 것이다. 짧은 일화를 간결한 구어체로 형상화 시키고 있는 시인의 비의가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다. 한 권의 책이다. 용모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발자크의 말을 새겨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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