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우리가 안 버렸단 말이에요” 얼마 전 알고 지내는 귀농인 부부의 하소연이다. 마을의 누군가가 종량제 봉투를 쓰지 않고 그냥 버렸는데 귀농인 가정이 범인(?)으로 지목되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그럴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데 어쨌든 경로당에서 수군거린다며 답답한 나머지 필자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이래서일까 귀농하는 사람들은 한사코 마을 한복판에 사는 걸 주저한다. 주저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농촌 사람들은 남의 말 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투도 다분히 텃세가 진하게 배어 있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귀농인 가정의 쓰레기 투척 사건도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 버리는 것을 봤다고 하는데 막상 문제가 되어도 귀농인을 위해 변호해 주지 않는다. 한 마을에 오랫동안 살아 온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서로 등지고 살지는 않는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마을 어르신이 한 마디 했다면 웬만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쌓이다 보면 귀농인은 귀농인대로 피해의식이 생기게 되고 마음의 문이 닫혀 버린다. 또 기존의 주민들은 귀농인 가정과 친하게 지내면 괜히 밉상을 받을까봐 적당한 거리감을 두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전히 들리는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아직 생각 이상으로 우리의 농촌이 폐쇄적인 느낌이 들 때가 많이 있다. 이 외에도 귀농인이 마을에 와서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의 유형들이 몇 가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은 상수도 연결에 관한 것이다. 집을 건축할 때 마을과 너무 동떨어진 곳에 짓고 상수도 연결 안해 준다고 갈등을 빚는 것이다. 군이나 면에서는 한 가구를 위해서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고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귀농인 입장에서는 마을 가까이에는 땅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양쪽의 얘기를 들어보면 서로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필자는 가급적 이렇게 권유한다. 그 마을에서 가장 외곽에 있는 집에서 너무 떨어지지 않게 땅을 구하고 건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말하자면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심리적 경계선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경계선을 훌쩍 벗어나 버리면 스스로도 외톨이가 되기 쉽고 온갖 험한 말들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또 다른 유형도 역시 물과 관련이 되어 있다. 요즘처럼 날이 가물 때에는 농수 확보에 모두들 예민해지기도 하지만 평소에도 마찬가지이다. 농사에서 물은 생명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물을 아무나 쓰도록 하지도 않고 할 수만 있으면 나눠 쓰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한 마을에 오랫동안 살아 온 주민들이라 하더라도 농수에 관한해서는 치열할 수 밖에 없다. 하물려 귀농인이야 말할 게 있으랴. 지면 관계상 흔히 보는 갈등의 유형을 한 가지만 더 언급하려고 한다. 역시 건축과 관련된 것이다. 기존의 주민들의 주택의 경우 대개 20년, 30년 혹은 그 보다 훨씬 더 오래 전에 지어진 집들이다. 그렇다 보니 낡고 허술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귀농귀촌인들이 마을에서 짓는 집들은 보기만 해도 괜히 배 아플 수밖에 없다. 오죽 하면 옛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생겼을까. 물론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너무 지나치게 화려하게 지어서 위화감이 조성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귀농해서 생활하다 보면 막상 아쉬워지는 것은 창고다. 집 짓는 비용은 가급적 알뜰하게 절약하고 여유가 있으면 창고를 넓히는데 고민하는 것이 현명하다. 귀농인은 기존 주민간의 갈등을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장래를 놓고 보더라도 훨씬 더 이득이 된다. 특히 섣부른 민원 해결 방식은 오히려 불필요한 선입견만 가지게 한다. 농사로 소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라. 어떻게 하랴 때로는 세월이 약일수도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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